네이버 블로그 아이템과 이글루스 플러스
21 Nov 2004생각거리를 만들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요즘 나의 근황이 너무 피곤하다. 공과 사 모두 피곤한 나날이다. 지난 주부터 한시적으로 시작된 주6일 근무는 정신이 쉴 시간을 부족하게 하는데, 어제는 자정을 넘긴 근무를 하여 더욱 피곤하고 우울하다. 게다가 오늘은 밥도 제대로 못얻어먹고 있으니 내 생각 잡기도 버겁다. 그냥 네이버 블로그 유료화 정책과 이글루스의 유료화 정책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배설하고 싶을 뿐이다. 뚜렷한 주제 없이.
메이저 블로그 서비스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이글루스가 유료화를 단행했다. 두 곳 모두 문화나 분위기가 분명히 자리 잡았으며 서로 완연히 다르고, 두 곳 모두 외부에서 듣는 평가 역시 많이 다르다.
네이버 블로그와 이글루스의 서비스 정책 혹은 정체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유료화 정책이다. 유료화는 돈이 걸린 문제이고 서비스의 성패와 미래가 달린 아주 중요한 일이며, 자선 서비스가 아닌 이상 서비스의 정책과 정체성은 유료화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한 성격을 띄는 서비스, 그러니까 시스템이나 인터페이스의 복잡함이 아닌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여가는 의사 소통, 그리고 그에 맞게 형성되어 가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문화의 복잡함에 따라 서비스의 정책이 반드시 유료화 정책과 같은 선상에 놓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DCInside인데 이 글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네이버 블로그와 이글루스의 정책은 유료화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블로그의 유료화 정책은 의사 소통, 즉 커뮤니티에 있다. 블로그건 까페건 이용자들간의 의사 소통을 유도하여 집단을 형성하여 네이버에 가둬두는 것이 명확히 보인다. 그리고 유료화 역시 블로그나 까페를 이용하는데 유용한 요소가 아닌 사람들간의 의사 소통을 자극하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퍼스나콘이라 불리우는 표정 아이콘과 블로그의 외형을 변경시켜주는 임대 형식의 스킨, 그리고 의사 소통을 유도할 컨텐츠를 구축할 능력이나 여력이 없는 이를 위한 플래쉬 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유료 요소들은 없어도 블로그 자체를 이용하는데에는 아무런 불편이 없으며 있다고 해서 더 강력한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있는데 이용하지 않으면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이글루스의 서비스와 유료화 정책은 그간 그들이 보여준 행보를 통해 예상되었듯이 블로그를 이용하는데 유용한 요소들이 도입되었다. 네이버 블로戮?유료 요소와 마찬가지로 이것들이 없다고 해서 블로그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지만, 있으면 보다 강력한 혹은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는 차이점이 있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꽤 다수의 이용자들은 네이버 블로그의 유료화 정책에 대해서는 비난이나 비판을 하였지만, 이글루스의 이번 유료화 정책에 대해서는 꽤 다수의 이용자들이 호평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 근거는 네이버 블로그는 블로그를 위한 블로그 서비스가 아닌 자사의 교류 기반(Community System)을 위한 도구로써의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즉 물을 흐리고 본질을 흐린다는 건데 이용자 입장으로서 나는 이에 동감을 하지만, 기획자 입장으로서 나는 네이버 블로그 정책에 동감을 한다. 여론을 제어하고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움직임에는 분명 네이버 블로그의 정책이 유용하며, 정책 수행 과정과 구현 모두 훌륭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 반증이 포털들의 블로그 서비스 정책들은 잘잘한 차이만 있을 뿐 큰 축은 네이버 블로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데 있다. 심지어 UI 역시 따라가기도 하는데, 정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용자를 유도하면서도, 정책과 무관하게 따져보아도 편리함을 제공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UI는 개발자라면 분석할 가치가 크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의 정책 마음가짐(mind)를 매우 사모하는 것은 말리고 싶지만.
그런 관점에서 이글루스 유료화 정책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블로그 서비스들이 그간 네이버 블로그의 성공을 분석하여 뒤따라갈 때, 이글루스는 다른 방향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 방향이 회사 입장, 그러니까 사업적으로 옳은 판단인지는 3개월이 흐른 뒤인 내년 1분기에 나올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유료화 정책은 1분기가 지난 현재 판단했을 때 기대보다는 큰 성공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런 관점에서 이글루스의 유료화 정책 시행 시기는 참으로 공교로울 따름이다.
생각해보면 네이버 블로그의 정책과 이글루스의 정책을 봤을 때 양적으로 보면 네이버 블로그가 이룬 실적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이나 영화 등, 정확히는 연예 기획사와의 연계를 하여 간간히 이용자들에게 심심한 재미를 던져주고, 지속적인 직접적 홍보,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용자를 위한 혼자 놀 수 있는 각종 장치(블로그씨, 블로그 공감, 펌질에 좋은 체계 등) 등은 기존 이용자층을 단단히 했으며, 이 단단한 이용자층은 블로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싸이월드와는 다른 개인 홈페이지 구축 서비스를 하려할 때 쉽게 네이버 블로그를 연상하게 도와주었다.
질적으로 네이버 블로그의 정책이 이글루스 정책보다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고 볼 수 없다고 생각된다. 분명 양적으로는 이글루스의 실적을 압도하지만 투자한 것에 비해 이룬 바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이글루스는 다른 메이저 블로그 서비스와 견주어도 무시할 수 없는 양적인 실적은 물론, 이글루스가 투자한 것과 거둔 양적인 실적을 감안했을 때 알 수 있는 질적은 실적 역시 우수하다.
물론 1000원을 투자하여 1200원을 거둔 것보다 100원을 투자하여 200원을 거둔 쪽이 질적인 실적이 좋지만, 문화와 동향은 1200원을 거둔 쪽이 이끌어간다. 하지만 문화와 동향을 이끌어가는 1200원을 거둔 서비스를 뒤따라간 다른 곳들보다는 200원을 거둔 쪽이 더 실속있다.
자. 이제 네이버 블로그의 유료화 정책의 결과는 일단 "보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절묘한 시기에 유료화 정책을 시행한 이글루스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참으로 기대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