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라면
25 Feb 2004된장 라면
1. 그것이 무엇인고?
내 입에서 발음 당하는 된장 라면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는 주변 사람들은 대게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
「 너 아직도 음식 가지고 장난 치냐. 그럴 나이 지났잖아. 」
물론 나는 음식 가지고 장난을 종종 친다. 진지하게 말이다. 그리고 내 입으로 처리를 한다. 음식 가지고 장난 치는 행위는 내게 있어 음식을 두 번 조리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된장 라면은 결코 음식을 두 번 조리한 결과물이 아니다. 된장 라면은 순수한 나의 창작 욕구에 의해 탄생된 결과물일 뿐이다.
꽤 오래 전에 된장 라면이 시판 되었다고 한다. 난 맛을 본 적은 없지만 이 라면을 맛 본 이들은 나쁘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맛이 괜찮았던 듯 싶다.
또 일본에는 된장 라면(미소 라멘)이 존재한다. 물론 일본식 된장이지만 어쨌건 된장 라면이 존재하며, 일본 드라마를 보면 된장 라면이 우리네 신라면만큼이나 일상적인 음식으로 보인다.
내가 만드는 된장 라면은 우선 일본식 된장 라면과는 다르다. 간단히 맛을 설명하자면 된장 찌개에 라면 사리 넣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리법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된장 라면 조리법을 적으려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 된장 찌개를 끓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함이요,
- 된장 찌개에 라면 면발만 넣다가는 된장 죽을 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 맛 맛 맛
맛있다. 의심하지 않는 것이 옳은 행동이다.
3. 뭣 때문에 이 요리를 해야하지?
된장 라면의 장점을 정리하자면
- 마술처럼 불어나는 양!
라면 1개와 밥 1 공기의 양이 라면 2개와 밥 1.5 공기로 의심될 만큼 양이 많다. 실제 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배가 포만감을 느끼기 보다는 머리가 포만감을 느낀달까? (실제로 우리 몸은 당장의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영양소가 들어오면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 링겔 맞으면 속이 허전하기는 해도 배가 고프지 않은 것도 그런 이치란다)</p> - 둘이 먹고 있는데 다섯 명이 사라져도 깨닫지 못할만큼 매우 긍정적인 맛
된장을 믿을지어다.</p> - 영양 가득~
완전 식품이라고도 볼 수 있는 된장 함유만으로 이미 이 라면은 라면이 아닌 것이다.</ul>4. . 어떤 물질을 투입해야 하는가 하면.
개구리 반찬이나 두꺼비집 같은 것은 전혀 필요성이 대두되지 않는다. 된장 찌개 끓일 때 필요한 재료와 라면을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앞서 이 글의 작성 이유에서도 언급 되었듯이 된장 찌개를 끓이지 못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연히 나의 손가락 운동만 시키는 짓이 아니한가! 어쨌건 재료를 적어본다.
- 주 재료
라면, 빨간고추 하나, 푸른고추 하나 이하, 애호박(동그란게 맛있음) 1/8 개, 대파 1/2 줄기, 된장 (메주된장 비추천), 고추장, 표고버섯, 소금, 커다란 멸치 5마리 정도(없으면 멸치 다시다), 다진 마늘, 양파 1/2</p> - 부 재료
밥, 물, 작은 냄비, 숟가락과 젓가락, 도마, 식칼, 김치, 김치 국물</p> - 주의점
라면은 신라면, 안성탕면, 진라면 같은 뻘건 국물에 면발 동동 표류하는 쪽이 좋다. 짜파게티나 생생 우동은 좋지 못한 선택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생각해보니 된장 우동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다)
표고 버섯은 싱싱한 것이 좋다, 이것은 가격이 비싸며 얼른 먹지 않으면 곰팡이의 가열찬 결정체인 버섯 몸체에 객식구인 다른 종류의 곰팡이가 생긴다. 곰팡이를 재배(?) 했다는 관점에서는 버섯이겠지만 먹는 시도는 자제하는 것이 민폐를 끼치지 않는 길이라고 본다. 어쨌건 가격과 보관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날(나)은 건어물처럼 말려져 포장 되어 있는 것을 구입한다.</ul>5. 손 재간 부리는 때가 왔다.
일단 쟤네들을(재료) 준비 하자. 목욕 시켜 놓자는 말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조리 해보자.
- 1단계
1 단계는 라면을 삶을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수분 양이 필요한 음식을 조리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은 물의 양을 맞추는 것이므로 1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우길 수 있다.
물의 양은 라면 봉지 뒤에 적혀 있는 권장 양의 1.3 ~ 1.5 배 정도가 적당하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들에게 객관적임을 보여 주기 위한 가증(?)이고, 나는 손가락을 담궈서 양을 잰다. 오른 손 검지 손가락을 수직으로 넣어서 손가락 끝이 냄비 바닥에 닿게 한 뒤 물의 양이 두 개 마디 조금 넘는지를 본다.
그래도 물의 양이 감 안잡힌다면 물을 좀 많이 넉넉히 해도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물의 양이 적으면 안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손가락 국물 우려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이 끓기 전에 미리 양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이며, 손 전체를 넣으면 물의 양이 왜곡되니 꼭 손가락 한 개를 권한다.
물의 양이 맞았다고 판단되면 이렇게 외쳐보자.</p>「 딱 좋아! 」
... 유치한가? 하지만 난 저렇게 한다. 요리는 자고로 즐거워야 한다.
- 2 단계
된장을 물에 풀자. 성인 밥 숟가락으로 넉넉히 뜨면 된다. 경험상 먹는 사람의 턱을 어루어 만졌을 때의 크기가 적당했다. 사각 턱이면 적당히 눈치껏 양을 조절한다.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의 경우 된장을 물에 풀어 제끼는 방법으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첫 번째 방법은 물을 담고 된장을 넣는다. 물을 중간 불로 가열하며 계속 풀어준다. 진한 된장 스프가 끓을 것이다. 계속 덩어리를 풀어주며 물을 조금씩 넣어준다. 끓는 것이 멈추면 물 투입을 멈추고 된장 용암이 될 때까지 계속 가열한다. 넣은 된장이 다 풀어질 때쯤이면 구수한 된장 스프가 된다. 여기에 라면을 끓일 나머지 물을 미지근하게 덥힌 후 붓는다. 나의 경우 물을 붓지 않고, 저 된장 스프에 고추장을 풀고 고추를 잘게 썰어 넣고, 양파 조금 잘게 다져 넣고, 마늘 조금 다져서 밥에 비벼 먹곤 한다. 맛이 대단히 한국적이다.
두 번째 방법은 그냥 1단계에서 언급한 물에 된장을 넣고 대충 휘이~휘이~ 저어준다.
맛의 차이는 분명히 난다. 그래서 기분이 좋고 음식 먹을 대상이 여성일 경우는 첫 번째 방법을, 그 외의 경우는 두 번째 방법으로 된장을 푼다.
주의점. 아직 물이 끓으면 안된다.</p> - 3단계
이제 된장만으로 부족한 애틋한 맛을 내기 위해 국물 맛을 낼 재료를 넣는다. 고추장, 멸치, 간장, 마늘, 그리고 간장이다. 고추장은 된장의 1/4 정도에서 2/3 정도가 좋다. 빨간 고추와 푸른 고추를 얼만큼 넣느냐에 따라 다르며, 식성에 따라 다르다. 난 보통 된장의 1/2 정도 되는 고추장을 넣는다.
멸치는 국물 맛을 내는데 좋지만 잘못 우려내면 비린내가 난다. 된장 라면은 된장과 간장, 마늘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잘못 우려낼 가능성이 적지만, 이 글을 읽고 있을 문제아(된장 찌개 못끓이는 이들)들은 멸치 다시다를 이용해도 크게 딴지를 걸 사람은 없다. 하지만 멸치 다시다를 넣으면 아무래도 음식이 좀 달다.
멸치를 넣는다면 멸치 머리와 내장을 미리 손 본 뒤 넣어주는데 큰 멸치로 3~5마리면 마음이 다 풍족해진다. 멸치 다시다는 넣는 양을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멸치 다시다를 손바닥에 버려둔 뒤 넓게 펼쳤을 때, 그 지름이 1~1.5cm 정도면 좋다. 좀 느끼하고 달지만 자극적인 음식이 좋은 이들은 쬐금 더 넣어도 무방하다.
(된장 라면에 들어가는 재료 대부분이 자극적인 맛을 낸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넣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간장은 간을 잘 봐가며 넣어야 한다. 짠맛을 간장만으로 맞추다 보면 국물 색이 그다지 이쁘지 않으니 적당히 간을 맞추고, 짠 맛을 원하면 소금을 넣자. 나는 1인분 기준으로 1큰술 정도 넣는다. 입으로 간을 맞춘다면 반모금.</p> - 4단계
이제는 현란한 손 재간을 펼쳐보일 때가 왔다. 물을 끓이기 위해 불을 올리고, 물이 끓기 전에 야채 재료들을 다져야 한다.
마늘 다지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린다. 그러니 미리 다져 놓거나 다져진 마늘을 사면 좋다.
대파는 대각선으로 썰되 손가락 두께가 경험상 가장 맛이 좋았다. 귀찮아서 20cm 가까이 되는 걸 통채로 넣어본 적이 있었는데, 술을 충분히 마신 뒤에 먹으면 맛이 나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양파는 어차피 물이 끓을 때 모양이 망가지니 이쁘게 자를 욕심은 겸허히 불태우고 너무 크지 않게만 빨리 썰어내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양파를 만지면 눈과 코와 입안을 소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눈물의 된장 라면)
고추는 빨간 고추와 푸른 고추 모두를 써려 넣는다. 칼집을 내지도 않고 통채로 넣는 결단만 내리지 않으면, 어떠한 간격이건 모양이건 무방하다. 만일 라면을 먹을 때 혹여나 입안으로 침입하여 혀에 고통을 주는 것이 싫다면, 고추를 자르지 말고 반으로 주욱 갈라내어 씨를 싹 버려내고 고추 껍데기만 넣으면 좋다.
애호박은 깍두기 모양으로 자르면 좋다. 깍두기라고 설렁탕 먹을 때 나오는 넓적한 깍두기를 연상하면 이 글을 쓰는 나보다는 이 글보고 이 요리를 해먹을 당신이 곤란하다.
표고 버섯은 취향에 맞게 손 보면 된다. 나는 얇고 넓게 자른다.</p> - 5 단계
물이 끓으면 국물 맛을 살짝 봐보자. 뜨거워서 뭔 맛인지 모를텐데 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니 애써 맛을 느끼려 고생하지 말자. 4단계에서 손 봐둔 재료들을 넣자. 대파, 양파, 표고 버섯, 애호박, 고추 마늘, 라면. 즉 재료 다 넣자.
김치는 넣지 않는 편이 좋다. 정 김치의 혼을 느끼고 싶다면 김치 국물을 조금 넣자. 넉넉히 넣으면 넉넉한 짠 맛을 경험하게 된다.
라면 면발은 쪼개어 넣는 것이 좋다. 통채로 넣으면 재료들과 뒤엉켜 단합하기 때문에 잡아 먹을 때 용이하지 않다.
라면의 알싸한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라면 스프도 조금 넣어준다. 여기까지 넣었던 고추와 고추장의 양을 잘 봐서 넣으면 되는데 많이 넣어봐야 1/2 정도이다. 처음 조리를 하는 것이라 맛에 자신이 없다면 라면 스프를 넣자. 사골국이 아닌 이상 실패한 국물에 맛을 되살려 넣는 방법은 라면 스프를 넣는 것일 정도로 당신의 부족한 요리 실력을 감춰준다.
실수로 스프 통채로 넣는다면? 좀 짠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단지 건더기가 너무 많은 보통 라면이 될 뿐이다.
표고 버섯의 쫄깃함을 원하는 이는 6단계에서 넣어주면 된다.</p> - 6 단계
라면 면발이 성숙해가며 색이 여성스러워진다 (만일 이 글을 읽는 이가 여성이라면 남성스럽다고 생각하라). 거품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맛에는 아무런 방해를 하지 않지만 가스 렌지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겪게 된다. 넘치기 전에 국자로 떠내자.
야채들이 익어야하기 때문에 불을 강하게 하여 팔팔 끓이는 것이 내 입맛에는 잘 맞더라. 팔팔 끓이면 귀찮은 점이 자꾸 국물이 흘러 넘치려 하는 것인데 폐활량을 적극 활용하여 중간 중간 거품을 불어내주면 효과적이다. 입은 오~~ 발음을 낼 때 적합한 입 모양이 좋다. 으~~ 발음이라던가 이~~ 발음을 낼 때의 입모양은 경험상 폐 활용 대비 효과가 적었다.</ol>6. 심판의 시간
라면은 익었을 것이다. 라면 면발은 다른 재료가 익을 때까지 홀로 익지 않을만큼 반항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시식하면 되는데, 내 경험상의 맛있게 먹는 비법을 공개하려 한다. 여러분들은 행운을 잡은 것이다.
- 타인 활용
배가 고픈 누군가를 불러온다. 그런 뒤 한 젓가락의 간만 봐주기를 부탁한다. 이제 나머지는 혼자 맛있게 먹자. 손의 농간으로 된장 라면의 맛이 우울할지라도, 이 방법을 활용하면 맛있다고 느껴진다. 대단히 신기하다. 그 원리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난 아직 멀었다. 단 동일인에게 너무 자주 써먹지는 말자.</p> - 밥 이용
부재료인 밥을 이용하면 배도 부르고 맛도 증가시킬 수 있다. 면발을 다 먹은 뒤 밥을 약간 넣자. 볶음밥을 만들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물이 너무 쫄지 않게 밥을 넣자. 국물 맛이 된장 국도 아닌 된장 찌개도 아닌 대단히 개성 있는 긍정적인 맛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방법 역시 위의 타인 이용과 곁들이면 동반 상승 효과(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걸?</p> - 주의점
계란은 넣지 말자. 된장 국, 된장 찌개에 계란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ul>7. 글을 마무리하며
디카가 없어 조리 과정을 사진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점이 너무 아쉽다. 향후 사진이 구비되면 사진을 낑겨 넣어보겠다.
그럼 여기까지~
- 타인 활용
- 1단계
- 주 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