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그가 급격히 힘들어진 이유
28 Mar 2004최근 저그는 두 영역에서 힘들어졌다. 프로게이머 세계에서는 저그의 성적이 좋지 않고(OSL과 MSL 기준), 일반 이용자 세계 즉 배틀넷 공방에서는 저그 이용자들이 매우 적다.
스타크래프트에서 각 종족은 암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테란의 암울과 프로토스의 암울, 그리고 지금은 저그. 각 종족의 암울 시기 어떤 선수가 그 암울함을 타개해나갔는지는 나중에 얘기하려 한다. 주된 내용은
- 테란 : 컨트롤의 극대화, 패치로 테란 극강화</p>
- 프로토스 : 전략의 전술의 많은 변화, 소수 정예화</ul>
저그는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 종족 상성 밸런스의 붕괴 조짐</p>
- 저그 종족 자체가 많은 경험과 능력을 필요로 함
- 프로토스의 대저그전 전략이 다양화</ol>
스타크래프트의 종족 상성 밸런스는 이런 식이다.
테란 > 저그 > 프로토스 > 테란
그러나 테란이 강해지면서 이런 경향이 되어가고 있다.
테란 >> 저그 > 프로토스 >= 테란
저그는 테란에게 약하다. 그에 비해 저그는 프로토스 상대로 마음이 편한 편인데 이 프로토스가 테란을 잡아줘야 저그는 편해진다. 그러나 최근 테란이 너무 강해지면서 테란을 잡아줘야 할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잡히는 모습이 종종 연출되는 것이다. 단, 이 전제는 프로게이머에 한해서이다.
두 번째 이유는 프로게이머라기보다는 일반 유저에게 해당되는 말일 수 있다. 저그라는 종족은 스타크래프트 설정상 가장 강력한 종족이다. 이 강력한 종족을 막기 위해 테란과 프로토스가 연합하는 것이다. 실제로 저그는 유닛들의 AI 도 평균적으로 대단히 높고, 체제 전환도 가장 빠르다. 그리고 테크트리 체제 자체가 테란, 프로토스와 완전히 다르다. 테란과 프로토스는 동일한 테크 체제이지만 저그는 완전히 다르다.
종족의 강력함이 종족 사용의 편리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저그는 그 강력함과 비례하게 플레이가 어렵다. 우선 저그의 모든 유닛 생산에 직결되는 라바, 건물 생산과 자원 생산의 역할을 하는 드론, 그리고 정찰과 인구 수 관리, 수송선의 역할을 하는 오버로드. 이 3가지를 관리하는 능력이 바로 저그에게 있어 강력함이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인 것이다. 이것은 오랜 기간 동안 저그를 해오면서 얻게 되는 운용 능력과 경험에 따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 중 저그를 선택하여 계속 밀고나가는 사람은 드물다.
마지막은 프로게이머건 일반인이건 상관 없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라 생각된다. 몇 달전만해도 프로토스는 저그의 밥이었다. 농락 당할 대로 잔뜩 당하고, 자원을 못먹어 아사시키고, 저그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그야 말로 밥이었다.
그런데 프로토스의 대저그전 전략의 추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2 게이트웨이에서 질럿을 뽑으며 저그 테크트리에 맞추는 전략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다소의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1 게이트웨이로 게임을 운영하는 것이다. 1게이트웨이는 초반 저글링 다수나 3해처리 땡히드라에 바로 밀릴 수 있는 위험함이 있다. 그러나 이런 위험은 정찰과 컨트롤로 극복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1게이트웨이의 장점은 프로토스가 대저그전 상대로 필요한 테크트리를 모두 확보하고 시작한다는 장점이 있다.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약한 이유는 저그가 뮤탈을 뽑을지 럴커를 뽑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즉 정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한 것이지 뮤탈이 오건 럴커가 오건 무엇이든 대비할 수 있는 테크트리를 확보하면 불리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프로토스의 저그전에 대한 전략의 변화에 대해 저그 이용자들의 대처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치 테란이 불독토스라는 전략이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 뭐 해보지도 못하고 맵의 전 지역을 프로토스에게 멀티로 내주고 너무나 자연스레 진 것처럼, 저그도 프로토스의 견고해지고 안정화된 최근의 1게이트웨이 플레이에 다소 말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언제나 강력함을 유지하던 저그. 암울한 시기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저그. 그런 저그에게 마침내 힘든 시기가 오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타개하여 다시금 그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와 호기심이 생긴다. 설마, 이대로 무너지진 않겠지? 프로토스를 보라고! 수년간의 암울기를 반쯤은 이겨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