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으. 내가 로스트템플을 싫어하는 이유.
30 Mar 2004로스트템플. 국민 맵이다. 본진은 언덕 위에 있고 본진 입구는 좁으며, 앞마당에 가스 멀티가 있고 조금만 나가면 미네랄 멀티가 있다. 그리고 상대와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애매한 위치의 섬 멀티 두 개. 중앙 광장은 약간의 조형물이 있고 정중앙에는 건물 짓기가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전략적인 플레이나 힘싸움 모두를 만족하는 적절한 기능적 밸런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맵은 전투적 밸런스가 꽤 좋지 않다. 우선 위치간 유불리가 너무 크다. 우선 테란이 바로 옆에 있으면 어떠한 종족이건, 심지어 같은 종족간일지라도 대단히 피곤하다. 시즈 탱크의 살인적인 사정 거리 때문이다. 또한 6시 스타팅 포인트는 자원 수급이 다른 지역보다 미묘하게 뒤떨어져서 초반의 치열한 빌드 싸움에서 불리함을 갖고 있고, 앞마당 가스 멀티 보호가 쉽지 않다. 8시는 앞마당 먹기가 나쁘지 않지만 타스타팅 멀티를 먹기가 꽤 힘든 위치에 있다. 병력이 빙~ 돌아가기 때문에 타스타팅 멀티를 하더라도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12시와 2시는 괜찮은 편이지만, 1:1 을 할 때 각각 12시와 2시에 걸리면, 특히 둘 중 하나가 테란이면 테란이 아닌 유저(대표적으로 프로토스)는 게임 하기 싫어진다.
그런 이유로 나는 로스트템플을 싫어한다. 배틀넷 공방에서보다는 친구끼리 1:1 을 선호하는 나는 친구와 1:1을 로스트템플에서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종족간 밸런스도 좋고 위치간 유불리도 적은 노스텔지아나 신 개마고원을 선호한다.
어제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사람과 1:1을 했다. 그 사이트내의 스타크래프트 대회였는데 상품 그런 거 없이 다분히 개인적인 흥미와 재미로 개최되고 진행되는 그런 대회이다. 내가 속한 조는 다른 3개조에 비해 좀 더 치열하다고 한다.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최대한 즐기며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다. 그러나 맵은 로스트템플. 사실 로스트템플에서 게임을 한다는 것부터 이미 약간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유리한 위치에 걸려서 이익을 봐도 찝찝하고 내가 불리한 위치에 걸려서 손해를 봐도 찝찝하다. 그런데 더욱이 내가 불리한 위치가 아닌가?!
나는 프로토스로서 2시였고, 상대는 테란으로서 12시였다. 테란 유저의 솜씨가 꽤 좋다. 그렇다고 내가 못이길 정도는 아닌데 초반 사소한 실수와 중후반 게임 운영의 판단 착오로 졌다. 물론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테란 플레이어들이 흔히 하는 언덕 밑에서부터 탱크로 공격해오기도 약간은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부담은 테란이 프로토스를 조여오는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 병력이 적다는 데 있다. 거리가 가깝고 방어가 쉽기 때문이다. 정말 제대로 된 힘싸움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이리 저리 눈치만 보다가 졌다.
앞으로 남은 게임도 전부 로스트템플에서 한다하니 꽤나 스트레스가 쌓이지만(가끔 컨디션이 안좋을 때는 짜증도 난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거두어 다음 대회에서는 부디 로스트템플을 쓰지 말자고 강변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