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쿠테타에 대한 우려, 그리고 까대기
13 Mar 2004나는 멋쟁이 아저씨(?) 청숙헌님과 같은 생각하에 블로그에서의 정치 관련 이야기는 지독히 피해왔다. 정치에 무관심한 바는 아니나 사람마다의 소신과 주관이 있고, 진실은 하나 일지라도 진리는 여럿이 될 수 있기에 개개인마다의 생각과 부딪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말이나 내 말 중 어느 하나가 조금이라도 틀린 게 있다면 토론으로서 즐겁지만,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면 그때는 토론보다는 그냥 서로의 말을 인정하고 다름으로서 받아들이면 그만이고, 그 때문에 내가 싫어하는 한나라당이 무어라 하건 비웃어주는 정도로 참아왔다. 물론 최조폭씨가 밥 안먹겠다며 투정 부릴 때나 꼴갑제씨가 수구파 찬가를 부를 때는 아주 가끔 특정 동물과 비교하는 논리를 펼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탄핵에서는 그리 하지 못하겠다. 아니, 이제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정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다음 네 가지 이유에 의해서.
1. 냉소주의적 양비론자 (이하 양비론자)
역시나 멋진 청숙헌님의 좋은 글에도 언급되었듯이, 같은 이유로 나 역시 양비론자를 대단히 역겨워한다. 한때 나 자신이 양비론자였기에, 그래서 그 꼴같잖은 쾌감의 맛을 알고 그 맛을 느끼기 위해 불 타오르는 많은 이들을 바보로 만드는 그 놀라운 뻔뻔함. 내가 그 맛을 한때 즐겼기에 그들의 심리를 알 수 있고, 그러기에 더 그들을 싫어하고 역겨워 한다. 그런 짜증나는 글을 유독 네이버 블로그에서 많이 보았다. 특히 30대 중반의 어느 미술 관련 분야의 사람이 쓴 어떤 글에서는 피식 비웃음이 나와버렸다. 직접 링크를 걸고 싶지만 최근의 달아오른 분위기의 상황에서 함부러 링크 걸어 특정인을 초토화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자제한 끝에 링크를 걸지 않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양비론자인지 쓰자면, 문제의 본질은 이해도 못한 상태에서 진지하게 대치하고 있는 이들을 동시에 바보로 만드는 자들이다. 박쥐족은 말할 여지도 없고.
네이버 블로그가 다른 블로그 서비스들보다 주 이용자 층이 평균 연령이 낮은 것은 느꼈지만, 이정도로 생각 없는 이들이 많은 지도 몰랐고 이렇게 양비론을 펼치며 신선 놀이하는 꼴갑들(조갑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단어 그대로의 꼴갑을 의미)이 많은 지는 더더욱 몰랐다. 그래, 사람들이 왜 이리 난리치고 시끄럽게 구냐고? 어차피 다 더럽고 잘못한 놈들인데? 그러는 니는 왜 불평하는데? 조까. 없음 똥꼬라도 까. 뭐 아니라고? 하지만 우짤까. 네이버 블로깅 30분만에 권상우를 몰랐던 내가 권상우가 누구이고 어떤 드라마로 이리도 인기를 얻었는지 깨달은 경우와 동일하게, 네이버 블로깅 30분 정도에 저런 게 너무 많이 보이던데.
2. 입만 둥둥 떠다닐 20대
지난 2002년 대선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당시 386세대와 30대를 주축으로 노무현씨의 대통령 당선 운동이 한참 활발했고, 차츰 차츰 20대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들 20대의 특징이라면 말 장난과 "즐", "아햏햏", 그리고 특정 당 후보의 사진 합성으로 우스개거리 만들기를 꽤나 즐겼다는 점이다. 어떤 수단이건 20대들도 열심히 떠들어준 덕분에 짧은 시간임에도 온라인을 주축으로 한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는 아주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긴, 앞서 소개한 20대들의 특징 중 하나에는 "펌질"도 있는데 성인들이 오가는 게시판에도 접근이 가능한 20대 아이들의 왕성한 활동 덕에 노무현씨와 이회창씨의 매우 다양한 이력들을 같은 게시판에서 수 차례씩 볼 수 있었다. 비록 집회 등에 참여하는 이들은 거의 대다수가 30대와 386들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20대의 이러한 정치 상황에의 관심은 분명 새로운 바람(wind)이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발표된 연령대 투표 비율 자료에서 나는 같은 20대로서 낯 뜨거워짐을 느끼면서 내가 저따위 20대와 같은 세대라는 것에 수치감까지 느꼈다. 20대들은 결국 입만 살은 것이었다. 아니 더 비화하자면 이 새끼들은 단지 까댈 소재 거리가 필요했던지도 모르겠다.
탄핵 가결 이후 회사의 20대(28~29 같은 준30대 제외)들의 모습이나 온라인에서 접해보는 여러 젊은 20대의 모습을 보면 그때의 낯 뜨거움이 다시 생각나려 한다. 여성 비하의 목적은 절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상당 수의 20대 아가씨들은 "ㅋㅋ 나랑 상관 없는 일이셈. 즐" 식의 쓰레기를 당당하게 올리고 있더라.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관심 끊고 지 할 일이나 할 것이지 어째서 초를 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무뇌아적 행위는 아마도 무리한 단식형 다이어트에 의한 것이리라. 끼니를 자주 거르면 뇌에 영양분을 공급할 에너지 부족으로 뇌세포가 죽어가는데, 뇌세포는 재생이 안된다. 즉 말 그대로 뇌가 비어가는 현상.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의 블로그 이웃들은 아예 관심을 안갖고 초를 안치는 부류와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비판을 하는 두 부류로 나뉘어져 이웃 삭제의 행위를 하지 않게 되어 위안을 삼고 있다.
위안은 위안이고, 지난 대선 때 20대의 오도방정과 말만 하고 행동으로의 실천은 하지 않는, 청년 정신이라고는 1g 도 없는 20대에 위기감을 느끼며 정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3.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는 제대로 과거 척결을 하지 못하며 살아왔고, 그 과거에 붙잡혀 질질 노예 놀이를 하며 그래도 그들이 쌀밥 먹게 해줬잖아 라고 자위질을 해왔다. 친일파 척결이 안되어 아직도 ㅎ로 시작하는 모야당은 160여명의 의원 중 100여명이 친일파 계열이고, 수 많은 광주인의 피를 완샷했던 전모깡패의 쿠테타 세력들도 망령이 아닌 실존 인물로서 국민의 뺨을 후려치고 있다.
대체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다카키 마사오(오카모도 미노루)가 쌀밥 먹게 해줬으니까 그 딸인 모근혜씨가 탄핵 표결을 흐뭇하고 므흣하게 웃는 상황을 당해도 되는 건가? 정말 광주 사람들이 빨갱이라 죽여도 되기에 전모 깡패가 지금도 살아가게 해도 되는 것인가?
4. just one 10 minutes ?
우리들의 이름 팔면서 쿠테타 일으킨 놈들이 그랬단다. "어차피 우리 꼴통 국민들은 더 잼난 거 보여주면 이번 일 어느새 다 잊고 ㅋㅋ 거릴거야. 히히. 꼴통 즐~" 뭐 맞는 얘기라서 부정은 못하겠다. 그래서 더 화난다. 내일 이승연의 진짜 누드 유출이라고 기사 뜨면 바로 거기로 몰릴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바로 그런 점이 그동안 역사를 반복되게 해온 원동력(?)이었다. 나 역시 기억력이 지극히 안좋아서 내 생일도 종종 혼돈 된다. 이런 나의 단점을 기가 막히게 눈치채고 공략할 준비하는 정치 조폭들.
하지만 이번 일만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내 이름, 아니 우리의 또 다른 이름인 국민을 팔아먹고 금방 잊을 거라며 바보 취급하며 능멸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총 4 개의 소주제들의 내용을 까먹어 한참을 머리 굴리다가 힘겹게 힘겹게 내용을 이어가는 나이지만, 니네들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 이야기를 계속 할 것이다.
이번 탄핵은 수구파와 친일파 연합과 국민들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반대하는데도 30% 에 해당하는 수구파 국민들의 의견이 전 국민의 의견이라 사기치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시키려 한다. 이것은 정치적 힘(단지 대가리 수를 의미)으로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이 쿠테타에 대한 진정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상처 받으려 할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내 블로그의 주제에 부합되는 글보다 정치 이야기를 우선 순위로 올려두고 떠들려 한다.
혹여나 내 블로그 주제들을 보고 방문하는 이들 중 정치 이야기가 싫은 이들은 당분간 참아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