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과연 개인 미디어일까?
24 Mar 2004이야기를 시작하며
블로깅 몇 년차 생활하며, 그리고 국내 블로그 활동 몇 개월 하며 느끼는 점이 하나 있다. 우리 나라 블로거들은 타인과의 의사 소통(Communication)을 중요시하고 많은 시간을 의사 소통 교환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얼마 후 "블로그가 과연 개인을 위한 미디어인가, 아니면 개인이 출판하는 미디어인가" 라는 고민을 시작한다. 물론 이국 블로거라고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비율적으로 봤을 때 우리 나라 블로거들의 블로그 슬럼프 현상이 더 눈에 띈다. 물론 해외 블로그는 몇 군데만 다녔고, 국내 블로그는 포털형 서비스(블로그 코리아 등)를 통해 매우 많은 곳에 다닌 점은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이라는 고민
나는 1997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해왔다. 2003년 12월에 폐쇄하기까지 여러 차례 홈페이지를 닫고 열고를 반복했는데, 대게의 경우 "내 개인 홈페이지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쓰고 싶은 생각도 못 쓰는 게 말이 되는가?"의 고민이 원인이었다. 방문자가 별로 없거나 가까운 사람 등과 같이 개인 홈페이지에서의 나 개인의 활동의 타겟(target) 범위가 좁으면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에 수십 수백 명이 오가고, 그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오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주관성이 상당히 배제된 주제로 운영을 한다면 문제는 많이 해결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내 주관"이 담긴 글을 쓰지 못하고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한을 받는다. 특히 나처럼 생성하는 정보(Article) 대다수가 내 생각에 말미암은 주관적 글들을 쓰고, 또 하고 싶은 말 하지 않으면 가슴 답답한 사람이라면 그 제한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간혹 느꼈다. 지금이야 고정 방문자도 별로 없지만, 고정 방문자가 많았던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는 나 개인을 위한 글 등록보다는 타인을 의식한 글 등록이 많았다. 여러 방문자들의 생각을 의식한 다분히 조심스러운 표현을 따랐던 것이다. 글을 써도 뭔가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 매번 들었던 것은 당연하다.
블로그에 대한 나의 정의
잠시 블로그라는 것을 정의해보려 한다. 개인이라는 명사와 블로그라는 명사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 혹은 1인 미디어라고 대중에게 소개되고 있다. 블로그라는 문화 공간의 주체는 주인장 1인이고, 다른 이용자와의 의사 소통도 자기 중심적이다. 다른 이용자의 글에 이견이나 의견이 있으면 트랙백(엮인 글)을 통해 내 공간에 내 생각을 쓰는 것이다. 내 생각을 보려면 내 공간에 오라는 (어느 면에서는) 오만함. 또한 네 생각을 보려면 네 생각을 내게 보내라는 뉘앙스가 풍기는 RSS 서비스. 이렇게 나 중심적인 문화 체계를 블로그라 하는 것이다. 즉 블로그는 방명록 모양에 트랙백과 RSS 를 제공하는 게시판(시스템)이 아니라 나를 지극히 강조하는 문화인 것이다. 그리고 트랙백이나 RSS 는 그런 문화를 도와주는 시스템 기능일 뿐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개인 미디어와 매스 미디어
블로그는 나를 강조하는 문화이고 집단성보다는 개인성이 급격히 퍼지고 있는 현대에 적중하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동양보다는 개인주의가 발전한 서양에서 블로그라는 문화가 먼저 시작된 것은 어떤 면에서 뻔하다.
그러나 나, 즉 개인 혹은 1인을 중시하는 문화와 의사 소통(Communication)이 함께한다고는 볼 수 없다. 흔히 오인하는 것이 개인 미디어라는 것은 개인을 중시하는 미디어 시스템(매체)이라는 것이지, 매스미디어(대중 전달/의사 매체)가 개인 미디어에 맞추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개인 미디어와 매스 미디어는 엄연히 다르며, 개인 미디어 속에서 발생하는 매스 미디어를 개인 미디어와 동일시하여 "결국 블로그도 1인 미디어니 개인 미디어니 해도 결국 다 똑같다" 라는 생각은 오인, 혹은 착각이라고 본다. 개인 미디어 속에서 발생하는 여론을 내 입맛에 맞게 이끌려거나 혹은 반대로 여론에 내 입맛을 맞추는 것은 "나를 중시하는 블로그라는 문화"와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가 맞다
블로그는 개인을 위한 미디어 시스템(체계)이 맞다. 즉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이고, 개인 미디어라는 의미는 "나를 중시하는 매개체"이지 "나를 중시하는 여론 장치"가 아니다. 결국, 블로그가 과연 "개인 미디어인가? 나는 타 블로거에 휩쓸리고 사실상 개인적인 성격보다는 단체를 위한 개인이라는 성격이 강해지고, 이 때문에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은 다분히 그 개인의 블로그라는 문화 이해도에 말미암은 것이지, 블로그가 개인 미디어가 아님이 아니다.
이야기를 정리하며
이러한 정의는 내 주관이다. 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동의하지 못할 사람도 있다. 반론의 트랙백을 보내고 나를 자신의 공간으로 유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나는 그 트랙백을 무시하고 방문하지 않을 수 있다. 반론 트랙백이 날아왔다고, 덧글이 잔뜩 도배되었다고 난 그에 휩쓸릴 필요 없이 나 하고픈 말을 하면 된다. 아니꼬우면 오지 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왜? 내 공간이니까. 왜? 난 소중하니까. 왜?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이니까. 공용 게시판처럼 어쩔 수 없이 마주칠 공간이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