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시간 연장 운행을 중단하라.
02 Apr 2004연장 운행의 시행
2002년 12월 9일 서울시는 평일 지하철의 1시간 연장 운행을 시행하였다. 이전에는 도착역 기준으로 자정에 차가 끊겼다. 홍대에서 23시에 잠실 방향의 2호선 열차를 타면 신도림에서 멈추는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경제 활동은 물론 여가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 양식을 감안하면 이명박 시장의 이 공약과 공약 실천은 1차적으로 봤을 때 환영 받아 마땅했고, 많은 사람들을 통해 환영을 받았다.
이에 지하철 노조에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반대를 주장했지만 결국 정책은 강행되었다. 그 결과
- 시민들의 활동 시간대가 넓어짐
- 지하철 운전기사의 자살 급증
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의 대중 교통과 선진국의 대중 교통
우선 본 단락을 시작하기에 앞서 확실히 해둘 것이 있다. 우리 나라의 대중 교통 체제와 내가 언급할 일부 선진국의 대중 교통 체제의 비교는 선진국의 대중 교통 시스템이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나라 대중 교통 체제의 불합리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내가 예로 들 나라들의 대중 교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네들의 체제가 우수한 지는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중 교통 종사자들은 정부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는다. 물론 이는 엄청난 세금과 좌파 정당의 강한 힘이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일 수 있다. 1995년 11월에 있었던 프랑스 지하철 노조의 총 파업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 하나에는 정년 나이를 낮추는 것이 있다. 이는 나이 들은 이들이 얼른 퇴직하여 젊은 이들이 더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하는 의도도 있지만(프랑스의 청년 실업율은 상상 초월 정도이다), 정년 퇴직한 이후에 받게 되는 정부의 지원도 아주 연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의 경우 서비스 업종의 이용료가 대단히 비싸다. 우리 나라의 3~6배 수준이다. 물론 그네들의 물가 자체가 우리보다 비싼 탓도 있지만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싸다. 즉 교통이나 음식을 이용할 때 느끼는 체감 비용은 우리 나라보다 3~6배 비싼 셈이다.
우리 나라를 보자. 우리 나라는 프랑스처럼 처우를 좋게 개선하기가 힘들다. 일단 우리 나라는 프랑스와는 달리 극우파 국가이다. 프랑스에는 좌파와 우파가 존재하지만 좌파의 힘이 대단히 크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민주 노동당의 의석수가 상당한 상황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글을 작성한 2004년 4월 2일 기준으로 민주 노동당은 아직 국회의석이 없다) 또한 세금 징수 역시 꼴같잖은 편이어서 국민 연금 제도를 통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펼치며 세금을 거둬들여도 모잘라서 헉헉대는 곳이다. 그에 비해 재산 없다고 세금 안내는 정말 돈 있는 것들이 유달리 많은 특징이 있으며, 면세 대상인 종교 조직이 유별나게 많은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특히 개신교) 때문에 공공근로 서비스 업종이라 볼 수 있는 대중 교통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는 당연히 질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이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내부 칼질로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서비스업에 가장 큰 지출인 인건비를 낮추는 것이다. 인건비를 낮춘다고 당장 급여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 연봉을 인상하지 않거나 매우 조금 인상하고 근무 시간을 늘이거나 정규직을 줄이고 세금이 덜 나가는 비정규직을 늘이는 것도 인건비를 낮추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일본처럼 대중 교통비를 크게 올릴 수도 없다. 정부가 승인을 해줄리 만무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등골이 휘다못해 등에서 돌출하여 빠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낮은 수익률과 정부의 무성의한 처우가 맞물려 우리 나라의 대중 교통 업종 종사자들은 비전을 가지기는 커녕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게 되었다.
지하철 기사를 죽이는 좋은 방법
우리 나라 지하철은 1인 승무제를 따르고 있다. 아니 적어도 내 눈으로 확인한 서울의 지하철들은 그러하다. 한 명이 열차 한 대를 책임지고 운전하는 것인데, 이것이 열차 기사를 죽이는 아주 잔인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대규모의 인원이 감축되었고, 1시간 연장 운행을 강행하려다보니 현재로서는 1인 승무제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아주 큰 위험을 가지고 있다. 혹 기억들을 하는가? 지하철 연장 운행을 결정하던 2002년 가을의 어느 날부터인가 지하철 역과 열차 안의 곳곳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이명박 시장의 지하철 1시간 연장 운행을 당장 중단하라는 문구가 눈에 띄이기 시작했다. 지하철 열차를 운전하는 이는 운전 기사인데 현재의 시스템은 운전 기사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며, 이는 한치의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지하철에서는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 주 골자였다. 그리고 최근 경고대로 지하철 사고가 잦아지고 있으며, 지하철 운전 기사의 자살율이 크게 증가하였다.
지하철 운전 기사는 하루에 4시간은 혼자서 일을 한다. 좁고 어두운 곳에서 홀로 말 없이 극도의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중압감은 물론, 2분 간격으로 지하철 역에 도달할 때마다 공포와 스트레스를 어마 어마하게 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 공포와 스트레스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다만 1인 승무제의 정착과 1시간 연장 운행 이후 지하철 운전 기사의 자살이 크게 늘었다는 점과 운전 기사의 정신과 상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으로 그들이 매우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만일 지하철 2인 승무제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최소한 인건비는 1.5~2배 이상 증가하지만 운전 기사의 (육체/정신) 건강은 물론 하루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700만명의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 누군가 어둡고 무서운 그 좁은 공간에서 4시간 동안 함께 해준다면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꼴통 이명박 시장은 들어라
지하철 1시간 연장 운행이 결정되고 이에 대한 언론의 발표가 있을 때 흥미로우면서도 정신 아찔해지는 발표 내용 하나를 발견했다. 기존 지하철 노선의 '운전 계획 개선을 통한 지하철 속도 향상'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대체 지하철 운전 기사를 어디까지 몰고 가려는 것일까.
무대포식 정책 강행으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상처를 주었던 이명박 시장. 그는 지하철 대형 참사를 유도하고 있다. 지하철 운전 기사의 운전 문제로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경우 사람들은 누구를 비난하고 역적으로 만들까. 수 시간을 혼자서 공포와 스트레스에 떨며 운전을 하다 문제를 일으킨 운전 기사? 아니면 운전 기사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이명박 시장?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내 생각에 그 운전 기사는 역적이 되고 몇 명 자살을 할 것이며, 이에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당선 당시부터 여러 꼴통짓으로 언론의 포화도 받았고, 당선 직후에도 비서관의 폭로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던 이명박 시장. 그 특유의 저돌적으로 무대포적으로 생각 없이 일을 일단 저지르고 보는 파워. 당신의 그 파워가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수쳔 수만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지하철 운전 기사의 (육체/정신) 건강을 망가뜨리면서 말이다. 이런 대책 없이 무책임한 지하철 1시간 연장 운행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이를 보완 수정하여 안전한 지하철 환경과 쾌적한 지하철 환경을 만들라. 이 꼴통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