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의 갈등
03 Apr 2004제르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정당의 비율라는 글을 보면 정당의 이상적 국회 의석 비율을 한민당 30, 열린우리당 40, 민노당 30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보수 30, 개혁 40, 진보 30 에 두고 있는 것인데, 개혁에 무게를 실어주는 이유는 국민적 염원이기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개혁파이기 때문에 저러한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저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세 가지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보수가 아닌 꼴통 수구인 점과 동시에 극우파(급진적 우익, 우파)이고, 개혁 성향을 갖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그 성격이 굳어져 정체성으로 이어질만한 사건도 없었고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아직은 힘과 영향력이 너무 작다.
재미있고 신기한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극우파라면 넌더리가 날만한 기억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극우파적 노선을 걷는 것을 보면 분명 조모씨가 꼴통이긴 꼴통인 듯 싶다. 아직도 민주당의 정체성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극좌파로-일명 빨갱이로 몰려서 온갖 고생을 다했는데도 극우파인 한나라당과 연합을 하니 말이다. 웃기는 작자들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우리 나라의 보수 진영을 맡고 있는 곳이다. 물론 이 정의는 내가 수천 보 양보한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불건전한 꼴통 수구를 지양하며, 이념을 갖지 못한 채 단지 기득권 보호를 위해 극우파의 이념을 지닌 친일 성향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먹혔던 것은 환상적인 공갈 사기가 먹혔던 까닭이다. 우리 나라에 제대로 된 보수 정당, 건전한 우파 정당이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열린 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동참하여 급조되다시피 만들어진 정당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그의 개혁 의지에 동참하여 자기 하나 희생할 용기를 못 내어 노무현을 내친 민주당의 생쇼(show) 덕분에 탄생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서민을 위한 서민에 의한 서민의 개혁당으로 인식되고 불리길 원하는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개혁파적 의지를 보여주는 사건도 없었고 그런 정체성을 가질 시간도 없었다. 즉 아직도 여전히 정체성을 갖지 못한 가벼운 당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순수하게 개혁 의지가 있는 의원들만 모인 것이 아닌, 개혁을 원하는 범국민적 염원을 재주 좋게 간파하여 시류에 편승하듯 몰려든 철새들도 제법 많다는 점이 열린우리당이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며,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폭탄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파로서 좌파적 성향이 있다. 우리 나라의 인권이 이따위이고 국민보다는 기득권층 위주로 흘러가는 이유가 바로 우파를 겨냥할 건전한 좌파의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빨갱이 컴플렉스 교육을 워낙 강렬하게 받아왔던지라(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 때려죽일 놈들) 더욱 그러했다. 우리 나라 헌법의 성격이 꽤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그것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헌법을 발휘하고 정책을 작동시키는 이들이 진보와 좌파를 혐오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진중권씨도 종종 내뱉는 말일 정도로 새삼스럽지 않다. (그가 요즘 좀 망가지긴 했지만 그의 모든 글이 다 맛이 간 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수천 수만 보를 양보해서) 보수이며 우파인 한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정당은 사실상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이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대로 개혁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줄 곳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런 움직임을 진지하게 판단하고 서로 견제하며 정책이 올바르게 나가게 토론하고 싸우는 형상이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보수, 우파) 30, 열린우리당(개혁, 대통령 지지) 40, 민주노동당(진보, 좌파) 30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대로
- 한나라당은 전혀 건전한 보수파도 아니고 건전한 우파도 아니며(그들은 꼴통 수구에 극우파로서 기득권 수호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p>
- 개혁으로서 보수와 진보를 버무려 이끌어갈 열린우리당은 그 정체성도 확립되지 않았고, 내부적 분열 소지가 있는데
- 민주노동당을 밀어주자니 이들이 아직은 너무 약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 소중한 권리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ol>
는 문제점이 있고, 이것이 이번 총선에 있어 내가 갖는 고민거리이다. 이번 17대 총선에서 바로 내가 희망하는 구도가 갖춰지길 바라는 건 욕심인 건 인정한다. 하지만, 박근혜를 밀어줌으로써 박정희 망령이라도 소환하려는 한나라당의 소름 끼치는 광경을 보며, 건전하고 명쾌한 개혁 정체성을 갖지 못하여 노년층을 배제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는 열린 우리당을 보며, 나름대로 가장 마음에 들지만 우리 나라의 좌파에 대한 여전한 거부감과 너무나 나약한 힘의 민주 노동당을 보면 즐거운 고민과 갈등이 아닌 걱정 가득한 고민과 갈등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견디기가 힘들다. 이번 17대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을 건전한 보수와 우파로 수술시키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찾아주며 민주노동당에도 30의 힘을 실어줄 미래의 즐거운 상황을 만들 첫걸음으로 여겨야 하는 것. 그 사실을 잘 알기에 그리고 욕심이 자꾸 생기고 그 욕심이 (단기적으로는) 허망한 몽상일 가능성이 크기에 가슴이 여전히 아프다.
아, 어찌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