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성, 이윤열. 그들의 눈물

1. 이윤열 선수의 눈물
1, 3, 7, 19하게(띄엄 띄엄) 방송을 보는 나는 어제 처음 이윤열 선수의 눈물을 보았다.

천재 테란, 토네이도 테란이라는 그의 양(陽)의 별명과 함께 머신(Machine) 테란이라는 음(陰)의 별명을 가진 이윤열 선수. 결승전에 오르면 우승을 놓쳐본 적이 없다는 소름 끼치는 선수. 한때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수줍어하면서 상대 선수를 "박살"내는 그의 양면성이 싫었다. 질 듯 이길 듯한 경기가 아닌 일방적인 승리. 절대적 강함에 거부감을 가지며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임요환 선수의 뒤를 이어 프로게임계의 시장을 넓혀줄 주자로서 인정하여 싫어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그의 실력은 갈수록 상승했다. 특정 리그를 3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우승하고 같은 시즌에 3개의 리그를 석권했으며, 대중이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들만을 모은 리그에서 14승 1패라는(맞나?) 경이적인 성적으로 어마 어마한 상금을 차지했다. 전율이 일었다.

경기 해설자와 캐스터처럼 늘 본선에서 그를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던 그가 본선에 오르기가 무섭게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에 그는 난감하고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당황하여 난감해하는 수달의 모습. 귀엽다고 느꼈다. 아직 그는 "아이"라는 묘한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아이"는 울지 않았었다. 아니 본 적이 없었다.

4월 18일. 그가 울었다. 그의 눈물은 같은 주에 있었던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에 감격하는 정동영 의장의 눈물과는 물론 다르다.
you win
^^
gg
라며 애써 웃어보이며 이제는 제법 방송인다운 의엿한 "어른"의 모습을 보이던 이윤열 선수. 그가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울음에 지지 않았다. 가슴에서 솟구쳐오르는 눈물에 말이 묻히면서도 끝끝내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공표했다. 이윤열 선수는 그에게 졌지만 그 자신의 눈물에는 지지 않았다.

2. 최연성 선수의 눈물
같은 리그에서 두 개의 시즌을 연달아 우승한 최연성 선수. 34 78 93하게 방송을 보는 나는 그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치터 테란이라는 양(陽)의 별명과 함께 짐승 테란, 괴물 테란이라는 음(陰)의 별명이 그의 이름보다 익숙한 최연성 선수. 그의 테란 건물에는 유닛 2배의 양으로 생산해주는 업그레이드 기능이 있는 듯 싶다. 테란이면서 물량의 프로토스처럼 경기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프로토스처럼 멀티를 이곳 저곳에 씨 뿌리듯 퍼뜨리고 다니었고, 체력 60을 가진 프로브처럼 그의 SCV 는 개미처럼 늘 바글 바글했다. 전투 개미... SCV 에 비례하게 그의 승리 가능성은 높아가는 걸로 보였다.

아직은 방송의 카메라에 노출 당하는 것이 익숙치 않아 한참 경기에 몰두할 때면 살짝 벌어진 입에서 침 한 줄기 나올 듯한 모습에서 임요환 선수의 과거를 느꼈다. 훗, 그래 임요환이도 예전에는 저렇게 입 살짝 벌어진 채 눈에 힘주고 경기를 했었지.. 이기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자 그는 홍진풍.... , 아니 홍진호 선수에게 우승의 영예를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그는 멍한 느낌으로 해맑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아이"적 임요환 선수를 느꼈다. 그는 "아이"였었다.

그런 "아이"가 넘어야 할 태산인 "이윤열"을 넘어섰다. 그의 이번 승리는 큰 의미였다. 이윤열 선수가 최연성 선수같은 플레이를 펼치자 최연성 선수는 의외로 독감 걸린 머슴의 모습을 보이며 무너졌다. 하지만 이윤열 선수가 "이윤열스러운" 이라는 이름의 전략/전술을 펼칠 때는 강렬한 승리를 보였다. 마치 상성상 천적 관계인양. 최연성 선수는 최연성스러운 플레이에 졌지만, 이윤열스러운 플레이에 이겼다.

그리고.
그는 조금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풍년이 들어 벅찬 뿌듯함에 겨워 눈물인지 결실의 대가(땀)인지 알 수 없는 묘한 눈물을 보였다.

3. 분함
나는 강민 선수의 팬. 이윤열 선수의 진정한 라이벌은 강민 선수라 생각했다. 하지만 4월 15일자로 명실공히 이윤열 선수의 라이벌은 최연성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 이윤열 선수에게 그런 눈물을, 최연성 선수에게 그런 눈물을 추출해낼 스포이드 역할의 선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최고의 프로토스인 강민 선수에 부합되는 최고의 테란 라이벌을 다른 종족도 아닌 테란에게 빼앗겼다는 느낌에 분함을 느꼈다. 버럭 ..

4. 덧붙이기
이번 결승전을 보며 느낀 점은 두 선수의 경기 성향에 따른 상성 관계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윤열 선수가 이윤열스럽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적당 양의 멀티로 딱 맞춰진 자원을 활용하여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경기 성향은 최연성 선수에게 의외로 약한 듯 싶었다. 그에 반해 멀티에 욕심을 많이내면서 자원 적절히 남겨가며 체제 전환도 대비하고 멀티도 대비하는 최연성 선수의 경기 성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에게 약하였다. 이윤열 선수가 최연성 선수처럼 경기를 하자 최연성 선수는 그 강력함이 반감된데에 반해 이윤열 선수가 자신의 스타일로 경기를 해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큰 전투 없이도 상대방에게 힘든 상황에 빠지도록 특유의 성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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