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

휴가 기간 동안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 문학책은 신경숙의 깊은 슬픔이었다. 신경숙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바이올렛에서 이미 그녀의 문체에 빠져들었던 나이기에, 그리고 과거에 어머니께서 이 책을 읽으며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눈 앞에 선하기에 무척 기대를 하며 책을 들었다.

무엇이 그리도 깊이 슬플까. 너는 나를 보고 나는 그를 보는데 그는 나를 보지 않는다. 이것이 그렇게 슬플까. 슬프지만 깊지는 않다. 나는 이미 익숙한 이 소설의 내용은 내게 깊은 슬픔을 주지 못하였다. 하지만 나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신경숙의 슬픔을 전달하는 능력은 범죄 수준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잡아먹기 위해 개를 두들겨 잡는 사람들. 두들겨 맞으며 죽어가던 개는 우연히 결박에서 벗어난다. 살아야 한다는 본능. 죽을 힘을 다하여 도망간다. 들려오는 목소리. "메리! 메리!" 주인의 목소리. 개는 꼬리를 치며 다시 되돌아온다.

비가 온다. 그녀와 함께 우산을 쓰기 위해 우산 두 개를 샀다. 그녀는 내게 우산을 두 개 사온 남자가 여자에게 거절 당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마음을 파고들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거절에 나는 절망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상대를 절망시키는 그녀의 문장 하나 하나. 그녀가 말하는 깊은 슬픔. 그것은 정녕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