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옹박
08 Jun 2004태국의 무도하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이 킥복싱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무에타이인데, 무에타이를 생각할 때 킥복싱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은 걸 감안하면 옹박에서 보이는 무에타이의 모습은 꽤 새롭게 보이는 듯싶다. 누구에게?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지난 해(2003년) 여름에 이미 한차례 조용한 파장을 일으켰었다. 당시 나는 합기도를 하고 있었고 토니 쟈의 화려한 기술에 혼을 빼앗겨 어설프게 따라했었고, 그 충실한 노력 끝에 지금도 오른쪽 무릎이 영 시원찮다. 참으로 대단해요~
이 영화는 다분히 영상, 일명 비주얼로 승부를 겨루는 영화이다. 비주얼이라고 해서 배우의 외모로 승부를 겨룬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주 단순한 줄거리와 인물 간 갈등 설정, 귀에 거슬리지도 존재감 없지도 않은 음악. 이 영화는 오직 화려한 동작(액션)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그것이 이 영화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포츠화 되어가고 있는 대다수의 무도들이 금하고 있는 무릎 공격과 팔꿈치 공격을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주인공. 그의 공격은 빠르고 위협적이다. 관절기가 아닌 타격기가 싸움에서 유용할 수 있는 경우는 권투 정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단련되어 군더더기 없이 빠른 몸 동작이라면 충분히 실전성이 있음을 느끼게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이 영화의 싸우는 동작들은 아주 사실적이며 수긍이 가는 동작 구성을 보인다.
리쉘 웨폰 4를 찍고 난 후 이연걸과 멜 깁슨의 홍보 인터뷰에서 멜 깁슨이 이런 말을 한다. 이연걸의 동작이 너무 빨라서 카메라 감독이 놓치는 경우가 많자 카메라 감독이 이연걸에게 조금 천천히 움직여달라고 말이다. 무신이라 불릴 정도로 강하고 빠른 이연걸이기에 가능한 주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이연걸의 동작은 여전히 빨라서 일부 장면은 비디오를 뒤로 돌려야만 했었다.
그래서일까? 옹박은 아주 개성 있게도 멋진 동작이 나오면 다른 각도에서 그 상황을 다시 보여준다. Replay 해주는 것이다! 처음에 이 Replay를 봤을 때, 동영상을 배포하는 이들이 임의로 편집한 줄 알았다. 보통 1번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2~3번의 반복 재생을 해준다. 눈물겨운 배려가 아닌가 싶다. 진정 관객과 교류하는 양방향 교류 영화!
이외에는 딱히 볼 만한 것이 없다. 분노하면 매우 강해지고, 주인공을 귀찮게 하던 조연이 결국은 주인공의 친구(일명 꼬붕)가 되며, 미모(?)의 여주인공을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식의 액션의 공식을 아주 잘 지킨다. 때문에 액션 영화를 보던 이들이라면 주인공이 한 노인에게 임무를 하달받는 장면을 보는 순간 엔딩까지 예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개성이 아주 강한 배우들의 목소리, 성대를 들어내서 이상한 기계로 재밌는 소리를 내며 말을 하는 배우, 일장기 없이도 일본인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설정한 일본 캐릭터 등은 꽤나 심심찮은 점이지만, 이 영화를 구분 짓는 뚜렷한 재미 요소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주인공의 동작이 너무 화려하여 영화의 잔재미가 다소 묻히는 것이다. 마치 김경호 노래는 다른 악기가 김경호 목소리의 수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 하달까?
이미 국내 관객 100만 명 돌파를 기록하며 타이밍 늦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옹박. 토니 쟈의 화려한 동작을 커다란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극장가서 볼 가치는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아직 극장에서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좋은 조언을 해주려 한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아주 단순하다. 그러니 미리 인터넷의 각종 매체를 통해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파악해둔 뒤 극장에서 관람하길 바란다. 너무나 뻔한 대사를 보느라 토니 쟈의 미간에 주름 잡힌 표정 연기나 공격 동작을 놓치는 것은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