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의원이 교육 말아먹었다?
08 Jun 2004이번에 총리로 이해찬 의원이 지명되었다는 소식에 일부 사람들(특히 이해찬 세대들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극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일단 전반적인, 혹은 기반에 깔아두고 있는 반대의 이유는 공통적이었다. 이해찬이 우리 나라 교육을 망쳐먹었고 자신은 그 피해자라는 것. 그런가?
나는 이해찬 세대가 아닌 그전 세대인 관계로 이해찬 세대와 같은 당사자는 아니다. 그런만큼 제대로 체감을 못했고 그런만큼 객관적으로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다. 그런 내가 생각했을 때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은 내가 다녔던 그때보다 학교 다닐 맛 났다는 것이다. 솔직히 부러웠다.
물론 어느 세대건 동일한 피해 의식은 있다. 우리 세대는 엄청 고생하고 암울했는데 졸업했더니 제도나 시설이 개선되었다는 얘기다. 내 선배들도 그런 소리했고 우리 세대도 그랬고, 내 후배 세대들도 그런 소리를 한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고보면 그것은 개개인의 피해 의식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세대 막론하고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의 교육 정책은 개선의 잣대와 주관이 뚜렷했으며 불합리한 것도 아니었다. 정책 수행 중 기대 밖인 경우도 있었지만, 적어도 왜 그런 정책을 냈고 어떤 형태로 우리 나라 교육 정책을 유도하는지는 전달되었다. 그러나 그전 세대들은 대체 이번 학력고사, 혹은 수능이 어떤 정책을 가지는지 조차 알지 못한채 무작정 책만 머리 속에 각인시켜야 했다. 적을 알면 승률이 높아진다. 이해찬 교육부 장관 시절에는 어떤 정책이 나올 지 알 수 있어 충분히 승률을 높일 기회가 대단히 많았다.
물론 그가 실수한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각종 여론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소신을 지키지 못하여 일부 세대들에게 혼란을 준 적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해찬 의원의 교육부 장관 시절의 정책들은 나로서는 꽤나 부러운 것이 솔직한 감정이며 이성이다.
그의 정치력과 이끎 능력이 어떨지는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교육부 장관 시절 보여준 소신과 추진력이라면 그의 총리 활동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의 소신과 추진력이 문제 투성이도 아니었고, 아주 빗나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덧쓰기 :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내 주장이 제대로 표출 안된 듯 싶다. 요는 이렇다. 자신의 피해 의식, 혹은 그 비슷한 상황을 이유로 무작정 제대로 탐구하고 분석할 의지 없이 평가를 내려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좀 더 객관적으로 그에 대해 정보를 찾아보고 분석하여 아주 논리적이고 논증이 가득한 형태로 비판을 하면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