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글 쓰기를 뒤돌아보며 ..
30 Jun 2004글 쓰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많은 글을 써왔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많은 글을 써왔냐고 묻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내 생각을 전달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데다 상대방이 내 말을 끊으면 하던 말을 까먹는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니 그림 실력이 좋지도 않다. 그래서 글로 표현하는게 가장 편하다.
1997년 홈페이지를 개설한 이래 현재 운영하고 있는 300여개의 글을 모두 합치면 약 600개의 글을 써온 듯 싶다. 이외 내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잘난 척하며 쓴 글들을 모두 합치면 1,000개쯤 될 듯 싶다. 본의 아니게 그릇된 생각과 정보를 전달한 적도 많고, 조회수와 다운로드 횟수 모두를 합쳐10만을 훌쩍 넘긴 연재물도 있었다.
요즘 너무 바쁜 나날이라 블로그에 시덥잖은 글이나 쓰고 지내면서 평일 개근을 하면서 그간 내가 무슨 글을 써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왜 그때 그런 글을 썼는지도 되집어보기로 했다.
별 개연성 없는 잡다한 생각들이 들었는데, 공통점 두 가지를 발견하였다. 정신적으로 나태해지고 그 정신에 부합되도록 나태한 시간을 죽이는 때에는 주로 기술 관련 글을 써왔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행동의 목표 의식이 잡혀있을 때에는 정치적인 글을 썼었다. 최근의 내 글을 보더라도 정치적인 글을 많이 쓰고 있었다.
왜 그럴까, 잠시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나태한 때를 지낼 때는(일명 귀차니즘 모드) 깊게 생각하지 않고 경험들을 풀어쓰고자 하는 무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던 듯 싶다. 반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부산할 때는 머리 속의 생각들이 불만의 형태로 덕지 덕지 응집되어 주관이 강하게 실리는 정치적 글을 많이 쓰는 듯 싶다. 생각의 방향이 그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대단히 단순하고 단조로운 글이다.
사물에 대해, 생각 그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지루하지 않은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최근 몇 년간 그런 글을 쓴 적이 거의 없는 걸 보면 최근 몇 년간의 나는 나태함과 단순함의 연속 속에서 살아왔다고 생각된다.
내가 써온 글들을 통해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볼 수 있는 이 상황을 보며 나는 천상 글쟁이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쟁이이고 싶지 않은데.
참 나른한 밤의 단상이다. 나른 나른.
덧쓰기 : 아아, 70~80hits 만 채우면 3만 4천 hits 인데 하루가 모자르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