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헬싱, 그래도 젠틀맨 리그보다는 낫네
01 Aug 2004![]() |
| 본 사진은 만지면 커짐. 클릭이라던가.. |
회사 동료 직원의 축하(?) 선물로 얻은 공짜 표로 본 영화, 반 헬싱. 지하철 역내에서 광고를 보며 그럴듯한 CG네 라는 인상 외에는 별 다른 인상을 못받은 그저 그런 영화. 지난 목요일에 보았다.
주 내용은 범상치 않은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 지옥 훈련을 거쳐 괴물들을 때려 잡으며 세계의 평화를 그럭 저럭 시끌하게 지켜나가다가, 최악의 악당인 뱀파이어와 싸운다는 것. 그 과정에서 뭣도 모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살인마로 지명 수배가 붙고, 주인공은 약점 잡혀서 고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고단한 영웅 생활을 하는 것도 보여준다.
익히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어 이제는 친숙한, 아니 너무나 친숙하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희화(Parody)되며 친구처럼 되어버린 서양의 무써븐 몬스터들이 영화에서 많이 보인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기에 나는 '젠틀맨 리그'같은 영화라 생각을 하며 보았다. 근대화 과정에서 영국이 보유하고 있던 세계 패권을 미국에게 전달하는 미국식 정치색(쿼터메인이 톰 소여에게 니가 이제 짱 무라~하는 장면)이 없는 반헬싱이 젠틀맨 리그보다는 조금 더 낫지만, 사실 도토리들이 덩치 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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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처럼 물미역 머리를 한 주인공. 엄청 강한 맷집과 최첨단 무기, 어리버리하지만 도움 되는 부하(표면상으로는 친구처럼 나오지만)와 대면 초기의 마찰 이후 only you~ 를 외치게 되는 쭉쭉빵빵 미녀 동료. 그리고 오직 주인공만이 없앨 수 있는 극강의 악당 두목. 늬히히히~ 라며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연기를 보이는 여자 뱀파이어의 존재 역시 타영화의 악당 진영에서는 꼭 볼 수 있는 캐릭터.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 구성이며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 역시 매우 평범하다. 시종 일관 평범한 점이 오히려 독특하달까?
평범함을 극복하려는 화려한 영상의 연출들도 사실 꽤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의 화면은 거의 시종 일관 어두컴컴 칙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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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맑고 밝은 날에 고질라 같은 애들이 막 헤집고 다니게 하기가 CG기술로는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가 칙칙한 설정이긴 하다만, 그래도 좀 CG티가 많이 나서 아쉬웠다. 마무리가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안개나 비바람에 CG들을 억지로 뭉갠 수준은 아니라서 흠집 찾느라 눈에 핏발 서지는 않았지만 ..
별 다른 주제나 교훈 없는 영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 그러나 일부러 극장 찾아가서 보기에는 많이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반지의 제왕처럼 거대한 화면에서 봐야 제 맛인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꺄악~ 비명 지르며 보는 공포 영화같은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O.S.T가 딱히 뛰어난 것도 아니고. 표 준 회사 동료의 성의가 있어서 감상글까지는 적어보지만, 꽤나 그저 그런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덧쓰기 : 혹시 게임으로 만들려던 걸 영화로 만든게 아닐까? 이런 연출에 소재라면 영화보다는 'Devil may cry' 같은 게임으로 만들면 오히려 더 나았을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