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스토리

1996년, 음반 매장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촌스러운 표지의 CD를 발견했다. 한참 N.EX.T에 심취해있던 때였기에 신해철이라는 이름만 보고 덮썩 집어들었다. CD가격은 어머니의 지갑에서.

어느 덧 이 앨범이 발매된지 8년째가 되었다. 가끔, 아주 가끔 생각나면 듣곤 하는데 요즘 들어도 참 괜찮다. 언더그라운드 락 뮤지션들이 정글과도 같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내용의 영화 '정글 스토리'의 앨범인 본 앨범에서 나는 윤도현을 처음 접했고, 김동률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8년이 지난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하듯이 이 이름들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어찌나 생소했는지, 궁금했는지.

울부짖는 김세황의 기타, 한 발의 총성으로 70년대는 지고 80년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 음성의 서글픔, 산울림의 명곡 중 하나인 황무지의 절절한 변신. 정말 알뜰 살뜰한 앨범이다. 절판되어 이제는 매장에서는 구할 수 없고 '쓰러져가는 조그만한 음반 가게'에서 힘겹게 구할 수 있다는 본 앨범. N.EX.T의 이번 앨범에 실망하는 요즘 유독 귀를 끌어당긴다.


신해철 - 정글 스토리 중 < 70년대에 바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