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시사회를 다녀오며..
06 Aug 2004![]() |
영화 이야기
어제 바람의 파이터 시사회를 다녀왔다. 내 비록 무도가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지만, 무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최배달옹은 가슴 벅찬 그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분이다. 때문에 그분의 삶의 일부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은 나를 광분시켰다. 더욱이 굵은 선과 시원 시원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방학기님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나 180cm를 훌쩍 넘기는 가수 비가 최배달옹의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관심을 끊었었다. 다행히(?) 이후, 제작사도 바뀌고 최배달옹 역도 양동근으로 바뀌어 관심을 다시 갖게 되었지만. 이렇게 복잡스런 이야기들을 머리 속에 품은 채 영화를 보러 서대문역으로 향했다.
정식 개봉하면 약간의 수정도 가해질 것이고 사람마다의 취향이 다르므로 섣불리 부정적인 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데 나는 대단히 별로라는 감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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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도 별로고 연출도 별로였다. 카메라 구도도 전체적으로 별로였으며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도 감독이 절제시키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정태우의 과장은 그가 맡은 캐릭터의 역할이나 위치에도 어울리지 않았고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즉 산만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는 점 역시 영화를 산만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였다. 본 영화는 최배달옹과 요오코라는 여성과의 사랑 이야기, 일본 무도계 제패 이야기, 종국엔 이겨야만 하는 마지막 보스(Boss)와의 갈등 이야기, 그리고 인간 최배달의 이야기 일부로 구성되어 있다. 약 120분짜리 영화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 없이 산만하게 이리 저리 휩쓸려다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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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달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남성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이 기대했던 것은 입산수도와 많은 무도가들과의 대결 등과 같이 무도가 최배달을 다룬 영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뭔가. 이 영화는 '바람의 파이터'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정작 어떤 점이 '바람의 파이터'인지 이해할 수 있는 무도가의 길에 대한 비중이 '요오코와의 사랑 이야기'보다 낮거나 비슷하다.
본 영화는 최배달옹의 일본 정복기(?)까지 다루고 있다. 최배달옹의 삶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전세계를 돌며 맞장을 뜨는 무도가의 길은 영화 엔딩에서 짧막하게 문장 몇 개로 생략했다. 아마도 후속편을 만들 거 같은 분위기인데, 만일 후속편을 고려했었다면 이렇게 산만한 영화를 만들지 말고 후속편을 고려하여 좀 더 짜임새있게 구성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킬빌이나 매트릭스처럼 말이다.
물론 그분의 삶을 90~120분짜리 영화로 다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업적 공식들에 충실하여 원작 만화에서 가장 비중있는 무도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인간 최배달의 이야기가 부족한 것은 많이 아쉬운 면이었다. 만일 이 영화가 최배달옹에 대한 영화가 아닌 창작에 의해 만들어진 무도가의 이야기였다면? 편집이나 구성이 좀 아쉬운 괜찮게 볼만한 영화라고 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배달옹에 대한 영화이기에 실망이 크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배우 이야기
양동근의 연기는 꽤 좋았다. '니 멋대로 해라'에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연기를 하던 그의 연기력이 좀 더 좋아진 느낌이다..만, 최배달옹의 역을 맡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몸을 아끼지 않은 연기등은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그분의 느낌을 내지는 못하더라. 뭐, 그 느낌이 그분 고유의 것이기 때문이라면 할 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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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이 정두홍씨 |
그에 반해 무술감독 정두홍씨의 등장은 괜찮았다. 연기가 좀 아쉬웠지만 시원 시원한 몸 움직임은 차라리 양동근보다 그가 더 최배달옹에 어울리더라. 이번을 계기로 영화 촬영의 비중을 키워간다면 괜찮은 액션 배우 하나 배출하지 않을까?
히라야마 아야는 참 귀여웠다. 얼굴 작고 갸날프면서 눈 크고. 헐헐. 화면에 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눈이 즐거웠다.
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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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지 10년이 훌쩍 지난 최배달옹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영화에 혹평을 하게 되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기대만큼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만일 최배달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괜찮은 액션 영화로 긍정적인 평을 했겠지만, 최배달옹에 대한 이름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만일 저 맨 위의 영화 포스터에서 최배달이라는 이름이 빠졌더라면 .. 그분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영화에 대한 잘잘한 아쉬움이 남는 복잡스러운 심정의 영화였다.
덧쓰기 : 본 영화의 보스 캐릭터인 가토의 오른팔인 료마라는 검객은 아무리 봐도 문희준같았다. 왜 날 붸ㄹ엑~!
덧쓰기 : 생각해보니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과 영화 구성은 물론 제목까지도 비슷하네? 흘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