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도시락 잘 먹었습니다.
14 Jan 2005어릴 적, 우리 집은 아주 가난했다. 지금도 가난한 것은 여전하지만 내가 어릴 적은 지금보다 더 했다.
성탄절에 성탄절 기념으로 크레파스 사달라고 조르고 졸라 32색 크레파스를 받았다. 덮개를 여니 금색과 은색 크레파스가 위풍당당하다. 색을 칠하기에는 그 품질이 아주 뒤떨어지는 금색과 은색이지만 왠지 귀해보였다.
그런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신경을 쓴 것은 먹거리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먹고 싶은 것 다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못먹고 자라지는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아주 어렵게 살아오셨기에 먹을 거 제대로 못먹고 살아오셨기에 자식인 우리 남매만큼은 챙기셨다.
나는 아직도 어머니의 학창 시절 얘기를 들으면 코끝이 아리다. 내가 체험하지 못한 배고픔의 추억이지만 코끝이 아리다.
그리고 저 어린이들의 서툴지만 진심 어려보이는 편지를 보면 코끝이 아리다. 경험하지 않은 나는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그 꼴을 당한 아이들은 가슴이 아프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나를 더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