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2.0과 사업 대박내기
11 Nov 2005그러니까 Web 2.0이 무엇입니까?
누리망(Web)이나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다면 Web 2.0, 혹은 시맨틱 웹(Semantic Web)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낱말은 약간 다르지만 큰 뜻은 같은데 누리망이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진화하고 있길래 르네상스(Renaissance)를 연상케 하는 2.0이라는 숫자를 붙이고, 어떤 근본까지 접근해서 바라봤길래 시맨틱이라는 단어를 붙인걸까?
잠깐 뜬금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해봅시다.
냅스터와 소리바다. 대중에게 P2P라는 단어 뜻을 공짜라고 인식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풀그림(Software) 중 둘이다. 풀그림 개발자에겐 P2P라는 기술이 중요한 개념이겠지만 돈 벌 궁리로 입술이 바싹 바싹 메말라있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내 셈틀(Computer)에서 손 쉽게 노래를 찾아서 공짜로 듣게 해준다는 특징이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그리고 이 간단하고 명확한 외침(당신 셈틀에서 공짜로 노래를 찾아서 들을 수 있다!)은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 우렁찬 첫 발걸음이나 다름 없었다.
블로그(Blog) 역시 마찬가지다. 블로그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화다. 블로그라는 풀그림을 구성하는 기능에 RSS나 트랙백(Trackback) 등이 있지만 이는 아인슈타인이나 장영실께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새로운 기술이 전혀 아니다. 이런 기능들이 개인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잘 비벼지면서 정보(Content)와 매체(Media)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사람들을 뒤흔든 것이다.
아이고! 어서오세요! 또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넙죽!
내 아랫배에 박치기라도 할 것처럼 인사를 하는 인상 좋은 가게 아저씨. 누가 넙죽이라는 낱말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움직임에 잘 어울리는 소릿말이다. "저 아세요? 제 이름이 뭐에요? 제가 저번에 뭐 먹었어요?"라고 짓궂게 물어보고 싶지만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4,000원짜리 된장 찌개를 주문한다. 잠시 후 식탁 위에 반찬들이 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원한 물이 가득찬 물통도 놓인다. 다른 손님 식탁에 있는 물통보다 2배는 크다. 이 아저씨. 내가 물을 많이 마신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아하! 개인화와 연관지어 말하려는 걸 눈치챈 사람이 벌써 보인다. 저 아저씨는 내가 물을 많이 먹는 청년이라는 개인 정보를 기억하고 미리 물을 넉넉히 주었다.
정보 관리가 쉽고 빠른 온라인(Online) 세계는 이런 개인화가 좀 더 활성화 되어 있다. 아무래도 사람의 기억력이나 친절함은 한결같기 어려우니 그럴만도 하다. 각종 기술을 이용해 개인화가 이뤄지고 이용자들은 점점 더 편해진다. 이용자는 좀 더 편해지고 싶어한다. 이런 마음을 눈치 챈 똑똑한 사람들이 이용자들의 욕구를 해소시켜 준다. 이용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저 아저씨도 똑똑한가보다. 손님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 음식을 배달해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릇과 사과
낱말 몇 개를 이쪽 분야 낱말로, 기왕이면 겨레말보다는 이쪽 분야에서 흔히 통용되는 낱말로 바꿔보자. 밥집은 플랫폼(platform), 된장 찌개는 컨텐트(Content).
누리망이 대중화 되기 전에는 플랫폼이 주인공이었다. 츄파춥스라는 막대 사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츄파춥스 누리집(Homepage)에 방문해야 했다. 이건 아직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츄파춥스라는 정보가 어디에 있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츄파춥스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싶은 사람(이를테면 츄파춥스 광고 담당자)이 일일이 츄파춥스에 관한 정보는 http://www.chupachupsgroup.com/ 에 있다고 알려야 하는 점이다. 즉, 정보가 주인공이 아니라 정보를 담고 있는 기반(플랫폼)이 주인공이다.
야후(Yahoo)는 플랫폼이 가진 가치 일부를 정보(Content)로 옮겨주었다. 정보를 검색해서 정보가 있는 장소(플랫폼)로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한술 더 떠서 이용자가 찾는 정보들 중 가능성 높은 정보를 제시해준다. 왈츠를 찾고 있는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수줍게 근육을 불쑥 들이대는 사고 아닌 사고를 막아준다. 이쯤되면 정보가 담긴 장소보다는 정보의 질이 중요해진다. 정보 질이 우수할수록 사람들은 많이 이용할 것이고, 많이 이용해야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큰 맥락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전히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장소에 구축된 체계(system)를 이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찾아봅시다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 어디에 찾아 들어가는 상황은 내가 그 체제(system)에 속해야 한다.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 주인공은 장소, 즉 플랫폼이다. 나는 "한날네 회사를 가려면 이쪽으로 가야 합니까?"라는 주인공의 물음에 "네"라고 짧막한 대답 한 마디 밖에 할 수 없는 단역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을 어기지 않고 이용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서는 재차 언급되는 밥집 아저씨처럼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용자들은 이제 아예 자신이 주인공이 되겠다고 한다.
정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치 공용 게시판에 찾아가야 했다. 이제는 자신의 개인 공간(블로그 등)에 정치 이야기를 하고 관련된 내용이 있는 다른 누리집의 글에 자신의 글을 엮거나(Trackback) 연결한다(Pingback).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주인공이 아니라 정치 이야기를 하는 내가 주인공이고 블로그는 주인공이 사는 곳이다.
심지어 다른 곳에 있는 정보를 내가 그 정보를 보고 싶어 하는 곳에서 봐야 한다고 한다. 내가 주인공이니까 내게 정보를 배달하라는 것이다. 이제 역할을 다시 정리해보자.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정보(Content)는 조연쯤 되겠다. 3만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인공 노릇하며 허세 부리던 기반(플랫폼)은? 일당 2만원짜리 단역이다. 얼마 뒤엔 2만원 마저 받기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Web 2.0과 정보의 가치
Web 2.0이 되면서 정보의 가치는 치솟고 있다. 기반(플랫폼)의 의미가 옅어지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정보는 가치와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정보의 족쇄가 없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Web 2.0이건 Web 3.0이건 아무 쓸모 없는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주도권은 이미 이용자에게 넘어갔고 이용자는 장소가 아닌 정보를 원한다. 정보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장소에 얽매여 있어선 안된다. 정보의 가치란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고, 부름이다.
남의 주머니를 털어보자
정보를 이용하여 장소(플랫폼)에서 돈을 버는 곳이 많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이 방법으로 남의 주머니를 털자. 머지않아 정보를 이용하여 장소에 돈을 내는 곳이 세상을 가득 채울 것이다. 정보를 어디에서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이용자에게 보였다는 것이고, 이 정보에 대해 이용자가 대가를 지불할 때 안전하게 지불할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하면 된다.
정보가 꼭 내가 만든 정보일 필요는 없다. 정보를 이용하여 장소에서 돈을 버는 많은 회사들도 남의 정보로 돈을 벌고 있는 봉이 김선달의 후예일 뿐이다. 누구의 정보이건 정보의 가치를 드높여 팔은 뒤 수수료만 챙겨도 당신은 떼부자가 될 수 있다. 온 누리에는 정보가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이용자에게 배달해주면 된다. 홍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은 이용자에게 홍차와 관련된 정보를 소개해주면 된다. 이용자가 찾는 얼그레이 다즐링에 대한 정보일수록 이용자에겐 가치 있는 정보이다. 잘 검색해주는 행위가(검색, Search) 정보의 가치를 높여줬다면, 잘 분류해주는 행위는 정보의 가치를 드높여준다.
정보를 유통하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는 봉이 김선달 후예들. 그 중에서도 시대 흐름을 잘 아는 이들은 Tag니 뭐니 해서 정보 하나 하나에 작은 조각 의미(Tag)를 부여(Tagging)하고, 이 작은 조각 의미를 기준으로 정보를 분류해서 돈을 벌고 있거나 벌 준비를 하고 있다.
시대 흐름을 일찍 깨달아서 앞서 돈을 벌고 싶다고? 이제까지 방법을 쭈욱 설명했다. 정보니 Web 2.0이니 하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꼭 누리망 사업(Internet Business)일 필요는 없다. 물건을 팔건 오락을 만들건 상관 없이 당신은 주머니를 털고 싶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주인공께서 원하시는 가치 있는 정보를 배달해주면 돈을 벌 수 있다.
아? 혹시 '주머니를 턴다'는 말이 그 어떤 말보다 마음에 와닿는다고? 흐음~ 좋다. 소매치기라고 해서 Web 2.0이라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할 것도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