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관리의 고민과 어려움

집에서 PC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회사 PC로도 개인적인 일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요즘이다. 집에서 PC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거야 새삼스럽지 않지만, 회사에서 퇴근 시간 이후에 개인적인 공부나 개발을 이유로 PC를 사용하던 일을 거의 하지 않은 지금 상황은 나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특히 자료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괴롭다.

4주 훈련을 다녀와서 내가 내 돈으로 나를 위해 소비한 가장 첫 물건은 작은 적바림장(메모장)이다. 내 단기 기억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고, 향후 상세한 조사를 하려고 갑작스레 떠오른 주제를 잊는 바람에 고생을 한 경험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 휴대용 적바림장 사용 습관을 제대로 들이지 못하여 적바림장을 들춰봐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못하여 적발을(memo) 제때 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근 2주간 적바림장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깜냥이라는 단어가 그 예다. 책을 읽다 접한 단어인데 일을 가늠 보아 해낼 만한 능력을 의미하는 순 우리말이다. 참 예쁜 어감이다.
책에서 이 단어를 보는 순간 단어의 뜻을 알 수 없어 소설의 문장이 이해 되지 않았던 나는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볼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재빨리 목에 걸려있던 적바림장에 「 깜냥 ← ? 」이라고 간략히 적어두었고, 다음 날 국어 사전을 통해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애인이 선물로 사준 PDA가 있었다. 소설도 넣어서 읽고, 받던 교육 내용도 받아 적곤 했다. 글 쓰기가 좀 불편했지만 전자 자료로 관리할 수 있어 유용했다.
이 유용한 PDA 사용을 중단한 건 내 실수로 인해 발생한 중대한 사건 때문이었다. PDA를 제때 충전하지 않아 PDA가 완전히 방전이 되었고, 그로 인해 PDA에 넣어둔 자료들이 전부 지워졌다. 최근의 PDA들은 전원이 완전히 끊겨도 자료를 보존하는 비싼 저장 매체를 사용하지만, 당시 내가 사용하던 PDA는 방전되면 자료가 삭제되는 중저가형 저장 매체를 채택했었다.
그때의 충격으로 PDA에 관심을 완전히 끊었다.
자, 여기 아주 값 비싼 PDA를 구매한 이가 있다. 그는 택배로 도착한 PDA를 자랑스레 꺼낸다. 표정을 관리하는 노력이 역력하다. 웃으려는 감성과 참으려는 이성의 충돌로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다. 어쨌건 좋다는 의사 표현임에는 분명하다.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나는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때 그 사건 하나로 나는 좋은 새 PDA 구매로 기뻐하는 이의 장단도 제대로 맞춰주지 못한 냉혈인이 되었다. -_-

이런 휴대용 자료 관리가 가능한 기기들에 대한 불신은 노트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PDA나 노트북이 발전해도 적바림장에 필기구를 이용하여 손으로 쓰는 조작감(Interface)과 휴대성을 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하며(물론 실제로 사람들에게 주장하고 다니진 않았다), 애인에게 사용하지 않는 다이어리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한 달여만에 다시 낮은 성능을 보여주는 내 단기 기억에 의존했다. 습관을 들이지 못하여 제대로 활용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Outlook을 활용해보았고 MS OneNote도 접했었다. 이번엔 부디 각 셈틀 도구(Computer Program)를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그 결과 각 도구들에 대해서는 아주 능숙한 활용 능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휴대성이 부족하고, 자료 검색이 처참함에서 조금 벗어난 수준이라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런 고민은 나만의 고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한데, 님은 스스로 만들기 시작하셨다. 나 역시 방황하다 정보/자료 관리 도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기획서를 쓴 적이 있기에, 그리고 아직도 적바림과 자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저 심정 이해가 간다.

손으로 쓰는 종이 적바림장은 휴대성은 좋으나 자료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인공 지능이 아닌 인간 지능에 전면 의존하는 놀라운 검색 방법은 적바림 종이를 꼼꼼히 정리해야 효율이 좋다. 하지만 속도와 관리 측면에선 역시 종이보다는 컴퓨터 속의 전자 자료 형태가 낫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두 가지 방법이 도출됐다.

  1. 종이로 자료를 잘 분류하는 훈련을 한다. 휴대성은 좋지만 자료 관리에 취약한 종이 적바림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p>
  2. 좋은 노트북용 자료 관리 도구를 찾아내어 사용한다. 종이 적바림장보다는 나은 자료 검색이지만 부족한 자료 입력을 좋은 자료 관리 도구로 극복하고, 무겁고 커서 부족한 휴대성을 팔 운동으로 극복한다.

얼핏 보면 첫 번째가 가장 이상적이다. 우선 돈이 많이 들지 않으며, 시간도 적게 들고 운용도 더 훌륭해보인다. 두 번째 방법은 돈이 많이 들며, 휴대성에도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마음에 확 와닿는 자료 관리 도구가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자료를 쌓아가면 첫 번째 형태의 치명적 한계가 도달한다. 많은 자료를 관리하기 어려울 뿐더러 자료 저장 매체가 종이여서 내구성에도 문제가 따른다. 특히 자료 내용을 추후 갱신하려 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노트북을 최종 결정하였다. 물론 살 돈은 없지만 필요성은 분명하다. 더욱이 검색과 자료 관리는 점차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흔적은 Windows 진영의 경우 MS Office 2003에서 볼 수 있고, XP 차기 버전인 롱혼에서 약속하는 이용자 조작 체계(User Interface)도 MacOS를 따라한 티가 많이 나긴 하지만, 현재의 불편하기 짝이 없는 Windows보다 훨씬 발전된 형태이다. 하지만 롱혼은 내년이나 되어야 출시되며 시스템 요구 사양도 높아 보인다.
MacOS의 경우 이미 훌륭한 자료 관리 도구가 있으며, OS자체가 곧 자료 관리에 편리하고 강력한 기능을 올해 중에 탑재할 예정이다. 게다가 내가 주로 사용하는 MS Office가 맥용으로도 있지 않은가! 다만, Windows용 프로그래밍은 iBook(노트북 매킨토시)에서 할 수 없으며, 아직 나는 맥 제품에 두려움이 있고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애플 제품의 제품 보수(A/S) 비용은 너무 비싸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지금도 자료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5년 넘게 쌓고 관리한 수 십 기가의 자료들을 폴더 단위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원하는 자료를 마음에 들게 찾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얼른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