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에 인색하지 말자.
13 Mar 2005점심 시간이다.
자신이 먹을 음식 조차 고르지 못하고 겨울의 찬바람에 어깨를 움츠린 남자 몇이 여기에 있다.
"한날씨, 점심 뭐 먹을까요"
먼저 음식을 제안하는 일이 거의 없는 이가 내게 의견을 묻는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보니 왠지 칼국수가 생각났다. 늘 자신의 주관 없이 다른 이에 의지하는 모습이 칼국수를 연상시켰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때맞춰 칼국수가 생각났다고 치자.
"칼국수 먹을까요?"
"어딘데요?"
"저 위쪽에 찜닭집"
"아.. 거기 맛있어요?"
물론 그곳은 맛있다. 아무거나 잘 먹긴 하지만, 맛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내 기준에서 맛있었다. 나는 대답한다.
"음.. 괜찮아요. 먹을만 해요"
거짓말이다. 나는 저 식당에서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칼국수 먹고 싶으면 또 오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러나 내 입은 지난 날의 생각과는 달리 인색한 표현을 하였다.
내가 스스로 "맛있다"고 표현한 음식점을 세는데 한 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표현과는 달리 맛있다고 느낀 음식점은 아주 많다. 언행불일치.
심술은 아니다. 직원이 불친절하면 심술을 부리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색한 표현과 평가를 한 적은 거의 없다.
아마도. 그래, 아마도 누군가 내게 그곳 맛있느냐고 질문하면 불필요한 자존심 보호 심리에 늘 애매한 평가를 내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맛있게 먹었는데 상대방은 맛없게 먹으면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맛있다는 말에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로라고 평하는 상대방을 바라보면 마치 나를 향해 이게 맛있냐고 반문하며 내 미각 수준을 평가 절하하는 기분이 든다.
내가 좀 더 성숙하다면 설령 상대방이 나를 향해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을 하더라도 개념치 않았을 것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사실만 상기해도 다른 이의 생각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표현은 작년부터 신경써서 그다지 인색하지 않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함이다. 그게 내 시야를 좁힌게 아닐까? 표현에 인색하지 않아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인색한 사과와 고마운 표현에만 너무 신경을 썼던게 아닐까.
리마리오 왈. "느낌에....충실해애애애~~". 내게 필요한 말인지도 모른다.
좋다. 멋지다. 예쁘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맛있다. 훌륭하다. 잘했다.
바보같게도 어려울 거 하나 없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