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얘기 하지 않기

PC방이나 다른 회사에 방문하였을 때 내가 개발에 참여한 온라인 게임이 실행되어 있으면 반가우면서도 묘하게 민망하다. 아니, 반가운 마음보다는 민망함이 더 크다. 그런 내 마음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걸로 잘못 눈치챈 어떤 이는 이거 한날씨가 만든 게임이죠? 라며 눈길을 보낸다. 쓴웃음 한 마리. 어쩌라고...

자신감이나 만족감은 개발한 상품의 상업적인 성공(?)과는 무관할 때가 많다. 가장 최근에 개발한 Y모 게임은 분명 상업적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이고 있고, 발전할 여지도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내 포트폴리오에 괜찮은 문장 하나 넣을 수 있다는 성과 외에는 얻은 것이 별로 없다. 돈을 번 것도 아니고 개발자로서의 만족을 얻지도 못했다. 물론 내 욕심이 컸고, 그 욕심만큼 열정을 부은 것에 비해 이뤄낸 것이 크지 않아서, 즉 내가 못나서 결과가 아름답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Y모 게임에 대해 혀를 놀리고 난 뒤에 남는 혀끝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자신감을 갖는 상품이 없다보니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내 경력도 이제는 부담이 된다. 자랑할 게 없어서 나이 자랑한다는 식으로, 자랑할 게 없던 나는 경력 년수를 당당히 여겼었다. 그것은 비단 넥타이같았다. 그러나 비단 넥타이가 아닌 개목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했다. 한 해가 지났는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자 조임구멍이 한 칸 더 조여든다. 켁켁.

그래서.
나는 근무 중인 회사나 개발한 상품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해서 즐겁지 않고 오히려 아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