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대중가요를 다시 듣다

요즘 새삼스레 영턱스 클럽의 '정', 임창정의 'Love affair', 터보의 'Love forever'과 '회상',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 '천상유애',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희망사항', 녹색지대의 '그래 늦지 않았어', '가을의 전설', '사랑을 할꺼야',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황규영의 '나는 문제 없어', 김건모의 '핑계', '잘못된 만남', R.ef의 '찬란한 사람', '심연', 지누션의 '말해줘', 산울림 전집, N.EX.T 1~2집, 박남정의 '사랑의 불시착', 이상은의 '담다디', 최성수의 '풀잎사랑', 김세영의 '밤의 길목에서', 박정운의 '먼 훗날에', '오늘같은 밤이면', Mr.2의 '하얀겨울', 김광석 전집, 지누의 '엉뚱한 상상', 015B 6집,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에 그대', 홍서범의 '김삿갓'과 '구인광고',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 등을 듣고 있다. New kids on the block의 'Step by Step'과 'Tonight'을 덤으로 들으며.

요즘 대중가요 상당 수는 내가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불렀을 때 다른 사람들이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노래말에 반말도 무척 많다. 괜히 발끈해서 기피했고, 몇 년 전부터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차책을 뒤적일 때 앞장부터 펼치기 시작했다. 윤도현이 새로운 노래를 간간히 발표하여 뒷장부터 펼치는 영광을 안는 경우도 있지만, 감히 "나는 노래방에서 노래 책자를 앞장부터 펼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몇 년 전, 노래방에서 노래 목차 책을 어디부터 펴느냐에 따라 오빠와 아저씨로 구분 짓는다는 흥미끌기 글을 보고 책자를 뒷장부터 펴기 위해 열심히 최신 가요를 익히던 때도 있었지만, 더이상 따라잡을 수도 없을 뿐더러 부질 없는 짓임을 깨달은 뒤로는 마음 편하게 대중 가요를 부른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가요들 중에서도 못알아듣는 노래들이 있다. 게다가 들으면 묘하게 기분 나쁜 노래들도 있다. 그럼에도 요즘 다시 듣는 이유는 일종의 향수(鄕愁)랄까? Dream Theater의 새 음악들(Octavarium)이나 Fatboy slim, 혹은 사물놀이를 비롯한 국악을 듣다보니 수시로 예전 가요들이 머리에서 맴돈다. 예전 가요 상당 수가 요즘 즐겨 듣는 곡이나 노래보다 여러 면에서 부족하지만 귀는 참 정감있게 들린다.

정감있다고 계속 듣기엔 지루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평소 즐겨 듣던 음악들 사이 사이에 감초처럼 껴놨다. 한 시간 단위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토론을 하거나 토의를 한 뒤에 따스한 숭늉 한 그릇 들이키는 기분이다. Renaissance나 양방언 곡 다음에 유행했던 가요들이 나오면 이유 모를 재미 마저 느낀다. 가요 재발견!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