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의 왼발은 기능성 평발입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이 걷거나 오래 앉거나 뛰면 오른쪽 무릎 안쪽이 아펐다. 약품을 바르거나 붙여도 진전이 없었고, 정형외과에 가서 X-레이를 찍어도 아무 증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내 골반이나 척추가 휘어서 통증이 가는 거라 추정했지만 척추 교정에는 많은 돈이 든다고 하여 최대한 바른 자세로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 회사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에 방문한 계기는 몇 주 전부터 왼쪽 발바닥 안쪽(아치라는 부위)이 뻐근하고 아픈 증상이 계속돼서였다. 작년에도 많은 운동을 하면 하루 정도 아펐는데, 올 해 초 4주 훈련을 다녀온 뒤로는 1km 정도만 걸어도 통증이 발생하며 증상이 심해졌다. 그리고 몇 주 전부터는 매일 매일 항상 아프기에 이르렀다.

발 치료에 자신있다고 누리집에 써놓은 회사 근처 정형외과의 의사가 판단한 내 왼쪽 발바닥 통증의 이유는 기능성 평발이었다. 선천성 평발은 아니지만, 살면서 평발기가 생기고 왼쪽 발에서 아치라는 부위가 약해져서 걸을 때 아치가 무너지는 기능성 평발이 발생하고 있다는 추가 설명과 함께...

박지성 선수는 평발이라고 한다. 이봉주 선수도 평발이라고 한다. 심한 평발은 아니겠지만 기능성 평발로 통증을 겪다보니 저 선수들의 대단함을 새삼 느낀다. 물론, 나도 운동 능력이 꽤 좋다. 운동을 하고나면 발이나 무릎이 아퍼서 며칠 고생을 하긴 하지만, 남 부럽지 않은 단거리 달리기 빠르기와 장거리 달리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묘한 동질감. 저 선수들의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되새기면 묘한 위화감.

왜 내 보법이 남들같지 않았는지, 아무리 운동을 해도 몸살은 나지 않고 다리 통증에 시달리는지 명쾌한 확신을 들게 하는 여러 치유 몸풀기(스트레칭) 발 운동을 교육 받았다. 조금만 힘을 줘도 발바닥에 쥐가 나서 낑낑대는 청년에게 발가락으로 수건을 움켜쥐라고 하자 그 청년은 손가락으로 수건을 잡아당긴다. 이런 발가락은 처음 본단다. 칭찬같은데 왠지 내가 발가락이 된 거 같아 찝찌름하다. 평소 방바닥에서 뒹굴거리며 발가락으로 별의 별 짓을 했던 생활 속 훈련(?)이 빛을 발하긴 했지만, 나머지 스트레칭에서는 번번히 발바닥에 쥐가 생겨 특이한 청년 다 본다는 시선을 받았다.

내가 앓고 있는 기능성 평발은 잘못된 자세 버릇과 걷는 방법 때문이다. 뒤늦게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예전의 잘못들을 후회하고 있다. 지금 나는 다단계가 떠오를 정도로 누리상에 엄청 홍보성 글이 떠돌아다니는 어떤 회사의 기능성 밑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복잡한 마음을 애써 가다듬는다. 할부 계산과 저 밑창을 통해 발바닥 증상이 나아진 이후를 상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