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억, 난감한 시점에 바뻐지기

사람들 자극하는 을 하나 썼다. 그래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별다른 반론 없이 이곳 저곳에 퍼가는 현상으로 화제가 아니라 열렬한 반론을 받았다. 때문에 나는 빨리 내 의견을 달아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최근 인수/합병 문제로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업계에 실무자(pro)로서 발을 들인지 고작 6년이지만, 인수/합병 관련된 일은 어느 덧 4회에 달한다. 이쪽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보내는지라 적다면 적은 수의 경험이겠지만, 큰 회사와 입술 튕기는 일 치고는 제법 많은 수라고 생각한다. 제법 이런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제법 큰 회사와 진행하는 일인지라 그쪽에서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이정도 규모를 가진 회사치고는 어느 정도 설렁 설렁한 편이고 사장님의 능력으로 꽤 편한 과정이긴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장기화되고 인수/합병 실무진이 아닌 개발진까지 관련 일이 밀려와서 피곤한 건 사실이다.

어쨌건 인수/합병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 접어들었고, 발표(Presentation) 자료와 대표 기획서(Treatment) 업무가 미친년 널 뛰듯이 발생했다. 이 프로젝트에 뒤늦게(?) 합류하여 소방수 역할을 하다보니 온전한 문서가 완성되어 있지 않았고, 덕분에 그럴 듯 해보이지 않는 기획을 좀 더 그럴 듯하게 다듬는 업무가 발생하고 있다.

20쪽 약간 안되는 발표 문서와 3쪽 분량의 전투 시스템 간략 기획서(Conti), 80여쪽 안되는 짧막한 대표 기획서(Treatment)를 오늘 하루 동안 갱신했다. 여기서 갱신이란 단순한 문서 갱신을 의미한다. 이번 주 내내 한 일은 문서 갱신을 위해 회의를 줄기차게 했다. 몸이 고달프기 보다 정신이 고달픈 업무의 연속이었다.

우선 나를 성토하거나 혹은 반론을 제시한 분들에게 사과를 하고자 한다. 그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글을 써서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때 의견을 달지 않아 그분들의 반론이 가지는 생기를 잃게 만든 죄(?)에 대해 사과를 한다. 정말 본의 아니게 사람들 낚은 뒤 잠수한 모양새다. 물론, 하루 종일 일만 한 것은 아니지만, 몇 십분에서 몇 시간 생각해서 반론을 달아야하는 주제와 내 성격상 의견을 쓸 시간조차 없었다고 궁색하게 다리 비비적거리며 변명을 해본다.

아무튼.
혹여나 제 답신을 기다리신 분들께, 제때 의견을 보이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가 의견을 달지 않는 건 여러분을 낚으려는(fishing) 것도, 그렇다고 여러분들의 반론이나 의견에 완벽하게 설득되고 동감해서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나름대로 바쁜 척하느라 늦어진다고 이해를 바랍니다. 아마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되어야 살아있는 척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군요. 이해 안해주면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