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무엇
18 Aug 2005맛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 맛이 좋은지 나쁜지는 다분히 개인 취향 차이니 평가할 수 없다. 다만, 맛이 없는 것들은 평가할 여지는 충분하다. 이것은 맛조차 없다고.
맛을 낸다는 것은 '기획을 했다'는 말이나 다름 없는데, 세상에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 많은 걸 보면 여전히 기획을 하지 않고 만들어지고 있는 '무엇'들이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맛을 가지고 있는 게임 중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슈퍼 마리오와 젤다, 스타크래프트, Nethack 등 몇 가지이다. 취향 차이를 떠나서 이 게임들은 맛을 가지고 있다. 그 맛을 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매우 많다. 이 맛에 감동하여 (나처럼) 이 맛을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저 맛을 내기 위해 저 게임을 만든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분명 저 맛을 지향하며 만든 흔적이 있는데, 어떤 맛인지 전혀 알 수 없거나 아예 맛이 없는 게임들이 나오는 경우가 퍽 많다. 퍽! 퍽!
블로그 역시 마찬가지다. 워드프레스, 블로그밈, 조그, 태터툴즈, MT 등과 같은 설치형 블로그를 비롯해서 네이버 블로그, 이글루스, 온블로그같은 가입형 블로그 중에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몇 개 안된다. 지금 별 생각 없이 꼽아본다면, 내가 좋아하는 맛을 내지 않더라도 독특한 맛을 내는 네이버 블로그, 과즙 음료같은 이글루스, 내가 매우 좋아하는 맛을 가진 워드프레스, 그리고 점차 뚜렷한 맛을 만들어가서 내 눈길을 자꾸만 끌어당기는 태터툴즈 정도만 생각난다.
블로그밈 개발자와 친분이 있어 간혹 메신저를 통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블로그밈에 이런 저런 주문을 할 때 주로 워드프레스를 기준으로 해서 떠들어대는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태터툴즈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얘기를 했다. 태터툴즈의 성능이나 효율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기 어렵지만, 맛을 내기 위한 기능 배치와 적절한 성능 추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나라 개발자가 만든 블로그 도구 중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블로그밈 개발자 역시 이런 개발관을 가지고 있으나 기획 관점에서는 태터툴즈 개발자와 비교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안타깝거나 한심해서가 아니라 친분이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태터툴즈를 약간 우회해서 칭찬했다. 아직 블로그밈은 맛을 내기 위한 과정이긴 하다만, 자신만의 맛을 만들어가는 태터툴즈를 보니 괜히 채근을 해봤다.
새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어떤 '맛'을 낼까이다. 맛이 있는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맛이 대중의 입맛이 맞을지 안맞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참 당연한 고민인데 새삼 어렵고 괴로운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젤다랑 마리오나 해야겠다. 맛을 상상하려면 일단 맛있는 것부터 먹어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