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안팎에서 이용자의 교류 2/2
30 Jan 2006들어가기
지난 글에서는 게임 안에서 이뤄지는 이용자 교류 장치 중 하나인 대화창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글에서는 게임 밖에서 이뤄지는 교류 중 하나인 공식 누리집(Official homepage)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이를 가둘 필요는 없다.
공식 누리집의 역할은 게임에 대한 믿을 수 있는 정보(공지, 게임 설명 등)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게임 공식 누리집은 여기에 더불어 이용자 교류(Communication)도 이뤄지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이점이 다른 종류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다른 점이다.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이용자 교류를 유도하는 요소들만 공식 누리집에서 제공하고, 실제 교류는 공식 누리집이 아닌 외부 공간, 예를 들면 이용자 개인 누리집이나 블로그에서 이용자끼리 자유롭게 교류가 이뤄지도록 하는 추세이다.
공식 누리집 안에서 이뤄지는 교류와 공식 누리집 밖에서 이뤄지는 교류의 차이는 무엇일까. 통제와 집중도의 차이다. 교류는 통제가 될수록 집중도가 높아진다. 높은 집중도는 때론 높은 질을 가진 정보를 창출하지만 대체로 다양성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영향력을 외부로 퍼뜨리는 빠르기와 힘 모두 약하다. 대신, 공용 게시판은 여론을 유도하기 쉽고,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홍보 및 영업에 편리하다.
공용 게시판의 파급 형태 (이 그림을 누르면 큰 그림 나옴)
개인 게시판의 파급 형태 (이 그림을 누르면 큰 그림 나옴)
그렇다면 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간 교류를 공식 누리집에 가둘 필요가 있을까? 게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필요가 있더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첫째, 공식 누리집의 정보는 생명 주기가 짧다. 공식 누리집이 제공하는 정보는 게임에 필요한 기초 정보이며, 이런 기초 정보를 익히고 나면 공식 누리집의 역할은 사실상 끝난다. 더욱이 성질 급한 이용자들은 게임을 하면서 공식 누리집에서 다루는 정보를 익힌다.
둘째, 시간에 따른 정보 가치가 빠르게 변하는데 공식 누리집은 이 빠르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예를 들면, MMORPG에서 사냥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정보가 이용자들에게 유용한데, 공식 누리집이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자살 행위(?)를 할 리도 없지만, 온라인 게임 서비스 기간에 따라 성장하는 '대세' 이용자들과 그런 이용자들의 흐름을 따라잡기도 힘들다.
셋째, 공식 누리집에선 양에 질이 묻히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용자들의 교류를 집중화시키면 그만큼 많은 교류(글이라던가)가 발생한다. 문제는 많은 글을 압축 풀그림으로 글들을 압축한다고 해서 질 좋은 글이 탄생하지 않는데 있다. 완벽하게 통제되는 사회이고 그 사회 구성원들이 글을 쓰는 열의가 어마 어마해서 검열되는 양만큼 검열을 통과하는 좋은 글이 많이 발생한다면 좋겠지만, 이런 사회를 구축하고 운영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결국 방치하게 되는데 방치할수록 양은 질을 뒤덮어 노출 가능성을 줄인다. 즉, 대중의 지혜와 꿀이라 할 수 있는 이용자가 만든 살아있는 정보는 사실상 사라지게 되며, 이로 인해 공식 누리집의 정보 가치는 사실상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용자가 만드는 정보의 질을 낮추고 이로 인해 공식 누리집이 갖는 믿을 수 있고 힘 있는 정보 발생의 의미가 발생된다.
이런 현상을 잘 지켜본 뒤 돈 벌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도 있어서 Playforum이나 Ongate같은 누리집을 만든 경우도 있다. 실제로 돈을 버는지는 모르겠다만 이용자들을 모으는 건 성공하고 있다.
또한 이런 고민은 누리집 기획자나 운영자들이 이미 많이 한 걸로 보인다. 그래서 모든 이용자를 가둬두고 가둔 이용자들이 정보를 발생시키도록 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는지 이용자들의 개인 누리집이나 이용자 집단 누리집(예를 들면 팬 누리집)을 지원하거나 공식 누리집에서 이런 곳으로 가도록 연결(Link)하기도 한다. 최대한 공식 누리집에 이용자들을 가두고 머물도록 해야 하는데도 감히 외부 누리집으로 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현상은 결코 가벼운 현상이 아니다.
꼭 누리집이 아니더라도 공식 누리집 밖에서 이용자 교류를 이끌 수 있다. 방송이나 웹진(Web-zine)같은 개인보다는 영향력이 강한 사설 언론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이용자들이 만든 살아있는 정보를 흘리고, 제한되긴 하나 이용자들의 참여(전화, 댓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온라인 게임에서 발생될 수 있는 변수의 범위가 MMORPG보다는 좁은 캐쥬얼 온라인 게임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누리그물(Web) 상에 자신의 집을 구축하기 매우 쉬워졌다. 물론, 예전에도 쉬웠지만 요즘엔 예전보다 더 쉬워졌고 제약도 더 적어졌다. 그에 따라 가치 있는 정보를 공식 누리집이 아닌 개인 누리집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본은 이런 우리보다 더 개인 활동력과 활동 범위가 커서 공식 누리집에 이용자 교류 공간(예를 들어 게시판)을 아예 없애놓는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운영 비용도 줄이고, 이용자가 보다 부담없이 편하게 정보를 만들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지도가 적거나 홍보력이 약하여 파급력이 부족한 경우, 위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
마치며
이용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주고 받는 행위, 즉 이용자간 교류 방식과 형태는 날로 바뀌고 있다. 공용 공간 힘이 개인 공간 힘을 압도하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공용 공간 힘과 개인 공간 힘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누리 사회처럼, 온라인 게임의 공식 누리집도 빠르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용 공간 힘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이용자 개개인의 활동력이 과거보다 더 커지고 강해졌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이용자 개인의 욕구가 개인 공간이 되며 개인 공간의 힘은 강해진다. 이제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 밖 이용자 교류를 활용할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