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가치와 글들의 가치
12 Oct 2006개인의 글이 가진 가치를 판단하는데 절대 기준은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어제부터 몸이 으슬 으슬하더니 기어코 오늘 몸살이 나더군요."
라고 글을 쓴 사람이 있다고 하자. 주변 사람이 느끼는 이 글의 가치는 친분이나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가치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 즉 대중이 느끼는 이 글의 가치는 아무래도 낮을 것이다. 이렇게 그때 그때 개인이 기록하는 글은 화제가 개인에 몰려 있다.
아주 많은 개개인은 사회에 속해있다. 반대로 이 사회엔 많은 사람이 있다. 요근래 감기 걸린 사람은 저 사람 말고 여럿 있을 것이다. 몸살 감기 걸린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신이 감기 걸렸다는 글을 쓴다. 2006년 10월 둘째 주에 몸살 감기 걸렸다는 개인 글이 약 100개 올라왔다. 이 글들의 가치는 어떨까?
나 하나, 혹은 내 주변 몇 명이 몸살 감기 걸렸다고 신문이나 TV 뉴스같은 언론 매체에서 이 소식을 다루진 않는다. 하지만, 이 사회 여러 사람이 2006년 10월 둘째 주에 감기 걸렸다면 한가위 이후 몸살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유행성 감기니 뭐니에 대한 정보물로 다룬다.
하나일 때 대중 가치가 별로 없었는데, 그것이 모여서 대중 가치를 발한다. 사람들 대다수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 가치 없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이 사람들이 일주일 내내 한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면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얻게 되는 이득은 엄청나다. 가치 없는 개개인의 노래 실력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만들거나 없앤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에 절대 기준이 있는 양, 혹은 자신의 기준이 절대 기준인 양 판단해선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쓴다는 네이버 블로그에 가서 '칼국수'로 검색해보자. 어디가서 칼국수 먹었다는 쓰레기 글이 가득하다. 이 쓰레기들 사이에서 5분에서 10분만 돌아다녀보면 정말 맛있는 칼국수 집을 찾을 수 있다. 정말 맛있을지 맛없을지 믿을 수 없는 업체의 홍보가 아닌, 아무 대가 없이 정말 자신이 맛있다고 느껴 쓴 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