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나는 왼손을 잘 쓴다. 그래서 공간이 좁으면 마우스를 자판 왼쪽에 두고 왼손으로 다룬다.

나는 세벌식 자판을(정확히 말하자면 세벌식 최종) 쓴다. 두벌식도 잘 쓰지만 세벌식을 더 좋아해서 세벌식을 쓴다.

Windows 계열 운영체제(XP라던가)를 쓸 때 시작막대(task bar)를 대체로 오른쪽에 둔다. 나는 옆으로 늘어 놓기 보다는 위 아래로 무른모(Software) 창(Window)을 늘어 놓기 때문에 위 아래 공간이 좁으면 답답해한다. 그래서 화면 해상도를 감안해서 대체로 오른쪽에 시작막대를 둔다.

나는 2년 이상 Firefox를 써오고 있다. Mac OS 계열에서 뿐 아니라 Windows 계열을 쓸 때도 Firefox이며, Windows 계열에서 Internet Explorer 아이콘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아 뒀다.

이 세 가지 성향을 종합하면 사람들이 내 컴퓨터를 쉽사리 건들지 못하는 조건이 된다. 여기 내 컴퓨터로 네이버에 방문해 뭔가를 찾아보려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마우스 오른쪽 단추가 왼쪽 단추 시늉을 내는 왼손 마우스를 힘겹게 움직여 시작 단추를 찾지만 시작 막대는 아래에 없다. 어영 부영 오른쪽에 있는 시작 막대를 찾아 Internet Explorer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이리 저리 헤맨 끝에 Internet Explorer를 열은 뒤 네이버에 접속했다. 그리고 검색란에 한글을 치려는데 자꾸 이상한 글자가 쳐진다. 예를 들어 “한날”이라는 낱말을 치려는데 자꾸 ㅡㄱㄴㄴㄱㅏ이라는 글자가 쳐진다. 세벌식에서 gksskf은 ㅡㄱㄴㄴㄱㅏ 이니 당연한 결과이다. 세벌식에서는 mfshfw이라고 쳐야 한다. 아무리 잘 쳐보려 해도 한글이 제대로 쳐지지 않아 이윽고 포기한다.

컴맹인 그 사람은 내게 확고한 얼굴로 말한다.

“컴퓨터에 바이러스 걸렸나봐요.”

미안해요. 내 취향과 편함에 맞춰 설정을 하다 보니 비주류처럼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