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정대기

충동구매를 하거나 자신의 경제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일단 사고 보는 행위를 지른다고 표현한다. 그 지르고 싶은 욕구가 워낙 강해서 신이 시험에 들게 하는 듯 하며 마치 계시를 받은 듯 사고 본다하여 모 만화의 그분을 대표 그림으로 하여 지름신까지 나왔다.

처음 지르다, 질렀다는 표현을 접했을 때 재밌고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무때나 지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반짝 유행어라고 보기엔 너무 지른다고 한다. 어떤 경우엔 단순히 산다고 하면 될 것을 억지로 '지른다'는 표현을 쓰려다보니 '지름 당해버렸다'는 굉장히 어색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점심 먹고 입가심으로 음료수 사먹을까 말까하다가 결국 질러버렸다는 표현까지 아주 가관이다. 빈정 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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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습이라는 말이 있다. '안구에 습기 찬다'는 말을 줄인 말로 눈물이 나기 전 눈시울이 붉어지는 상태를 일컫는다. 단순히 눈물이 날 것같다는 표현보다는 상황이 안타깝다, 불쌍하다, 애처롭다는 표현에 가깝다.

이 표현 역시 참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너도 나도 안습이라고 표현한다. '안타깝다'고 하거나 '불쌍하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안습입니다'라고 하는 건 뭔지. 그렇게 표현력에 자신이 없나? 조금 재밌거나 유행한다고 안타깝거나 불쌍하다 싶으면 '안습'이라는 이상한 단어 하나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일관하다니. 빈정 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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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좀 하자. 지나치면 단순히 재밌어서 쓰는 걸로 보이지 않고 그 말 밖에 몰라서 쓰는 사람으로 보인다. 즉, 무식해보인다는 말이다. 빈정 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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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정대는 말에 상처 받는 사람 없기를. : 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