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리터의 눈물을 읽고 (책)
30 Jul 2006재작년 이맘때쯤인 것 같다. 김정현의 장편 소설인 '아버지'를 읽고 소설 속 인물에게 깊이 빠져들지 못한 것도, 그렇다고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도 아닌 애매한 여운을 느끼며 읽었다. 출간하고 한동안 적잖은 바람을 일으켰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몇 발 늦게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해서인지 사람들의 반응에 제법 못미치는 감정의 흔들림을 겪었다. 어쩌면 한동안 사람 제법 그늘지게 만든 몇 몇 소설을 읽어서 슬픔이라는 강렬한 주먹질이 그다지 강하게 닿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책 '1리터의 눈물'은 소설 '아버지'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는 내내 책 속 인물에게 전혀 빠져들지 않았다. 동생으로 아끼는 이웃 집의 소녀가 희귀병을 앓아 늘 가슴 아파하는 다정다감한 이웃 집 청년이 되어, 즉, 책 속 인물이 되지 않고 그 곁 사람이 되어 책을 읽었다. 그러기 좋은 점은 책의 주인공이자 지은이의 일기를 엮은 책이기 때문이고, 그런 점은 소설 특유의 양념이 없는 담백한 슬픔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일본에서 TV 연속극으로 큰 공감을 일으켰던 것 같다. 연속극은 보지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냥 연속극을 안보는게 나을 것 같다.
워낙 양이 적은데다, 좋은 내용으로 사람을 뒤흔든다기보다는 상황을 생각하며 짧은 몇 줄에 공감을 하게 되는 종류의 책이라 적바림한 부분도 얼마 안된다. (분량면에서) 읽기엔 가볍고 간단한 책이지만 (마음 흔들기면에선) 제법 부담되는 책이다.
휴. 한동안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장편 소설을 읽었으니 당분간은 한 두권짜리 책을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인데 잘 고른 것 같다.
※ 관련 글 : 1리터의 눈물 독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