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야 사건을 보며 떠오른 기억
21 Aug 2006씨야 뒤에서 춤 추던 보조춤꾼 중 한 명이 생방송 중 쓰러졌다. 단순히 기절 뿐 아니라 발작기도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꿈틀 꿈틀하는 걸 보니 의식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 모습을 보니 몇 년 전에 저 비슷한 광경을 봤던 기억이 난다.
신촌 현대 백화점 지하도. 밖으로 나가려고 걸어가는데 저 앞에 사람 몇 명이 어수선하게 모여 있었다. 뭔가 싶어 들여다보니 한 아가씨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상태가 좀 이상했다. 눈은 뜨고 있었고 입에서 신음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미세하게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입에 거품만 물지 않았을 뿐 발작한 상태였다. 눈에 힘은 들어가있는데 초점은 흐리고, 입에선 고통에 찬 신음이 아닌 무언가 강한 두려움에 질려가는 신음이었다. 의식은 조금 남아있는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처럼 작은 움직임을 보였지만 가위에라도 눌린 듯 움찔 움찔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 아가씨의 얼굴에서 나는 죽음을 보았다. 그 여자가 죽을 것 같은 상태여서가 아니라 죽음을 눈 앞에 두고 공포에 질려있는 사람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말문이 막히고 나도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 아가씨의 신음과 눈, 그리고 작게 푸들거리는 몸과 그 몸 진동에 힘 없이 흔들리는 팔. 내가 마치 그 아가씨가 된 것처럼 내 숨이 가파왔다.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고, 몇 시간 후 다시 그 자리에 갔을 때 그 여자는 없었다. 그곳을 거니는 사람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잠깐. 아주 잠깐 봤던 그 모습은 아직도 머리 속에 숨어 있고, 오늘 본 그 동영상으로 그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몸이 머리의 통제를 받지 않고 죽음같은 증상에 맞닿뜨리는 저 사람들의 공포는 얼마나 컸을까. 아마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본 나도 아직 그 무서움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