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03 Aug 2006내 머리 속에 있는 두부를...
돌돌 꺼내어 곳곳에 낀 때를 긁어내면 좋겠다.
볕 잘 드는 뒤꼍에 두어 오릇하게 살균했으면 좋겠다.
곳곳에 자리 잡은 보람줄을 모두 빼고 미쁜 기억만 찾아서 보람줄로 갈무리했으면 좋겠다.
산들바람, 막새바람에 쓸데없이 치열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식혔으면 좋겠다.
툭진 덩어리를 찾아내 고샅처럼 날랜 느낌이 나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 모습은 쭈글 쭈글 찌그러진 깡통같지만 본새는 건강한 주름이었을 터, 다시금 본새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머리와 가슴 한가운데를 채우고 있던 열정은 사위고,
맛문한 얼굴에선 고결한 땀이 메말랐으며,
드팀새 가득한 가슴에서 새어나온 열기로 심장은 더이상 뛰지 않는다.
능력은 부족했어도 해내고 말겠다는 자신감은 자판의 글쇠 두드리는 것 마저 둥갤 지경으로 그 모습을 감추었으니,
어디로 향하든 휘적 휘적 휘감기는 는개 속을 걷는 마냥 발걸음은 무겁다.
감겨 늦은 아침까지 뜰 줄 모르는 눈은 갓밝이 무렵 조그맣지만 분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벌레를 본 지 오래되어 가리사니를 잡아낼 턱이 있나.
슬프고 슬프다.
그래서, 내 머리 속에 있는 두부를 꺼내어 청소했으면 좋겠다.
고장난 심장과 굳은 손, 그리고 사미지 말아야 할 것에 고개 숙여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굽어져 버린 자존심을 고치려면 그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