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불변 주소
09 Sep 2006Permalink 라는 낱말이 있다. 블로그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낱말이다. 이 낱말을 우리말로 고쳐 부르는 이름이 참 다양하다. 불변주소, 영구주소, 고유주소 등. Permanent link의 줄임말이 Permalink인 걸 감안하면 고유주소보다는 불변주소, 영구주소가 좀 더 원래 뜻에 가깝다. 하지만, 각 정보물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고유한 주소 역할도 하므로 고유주소도 틀린 표현은 아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Permalink를 낱장주소라고 표현한 모습을 봤다. 히야~! 하는 감탄과 함께 손벽 한 번. 불변주소, 영구주소, 고유주소, 퍼머링크 등 Permalink를 나타내는 말 중 가장 예쁘고 그 성격을 아주 현실감 나게 잘 나타내서 감탄한 것이다.
가끔 내 블로그에서 저 위의 길라잡이에 있는 '아무 글이나 읽기' 기능을 이용해 예전에 썼던 글을 읽곤 한다. 아까, 그러니까 30분 전에는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글을 만났다. 2005년 1월 7일에 쓴 걸핏하면 집단 포격(다구리)이래라는 글인데, 글 내용을 떠나서 호흡이나 말장난, 비아냥, 비유가 시원 시원하게 뻗쳐나와 있어서 좋아한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연결(link)한 다른 곳이나 누군가 글걸기(trackback)로 걸어놓은 글 주소를 눌러봤다. 그런데 주소 상당 수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했다. 그 누리집이 없어지거나 주소가 바꼈기 때문이다. 아직 2년도 채 안됐는데 Permanent Link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많은 글의 주소가 바뀌었다.
이런 현실 때문에 낱장주소라는 표현에 감탄했다. Permalink가 가진 역할인 불변, 영구성(영속성), 고유함 중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각 정보물(글)에 직접 접근해서 낱개로 볼 수 있는 역할 뿐이다.
블로그 도구를 바꾸다보니 주소 체계가 바뀌어서 예전에 쓰던 Permalink로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약간의 수고를 들여서 재연결을 하도록 이끌 수 있다. 안타까운 경우는 도메인 없어질만큼 주인장이 누리집을 폐쇄하는 경우이다. 이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ilovja님은 아예 대문에다가 누리집이 없어질지도 모를 날을 예고하시는데 참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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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malink를 보장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드러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나는 웹호스팅이나 도메인 계약 기간을 길게 할 만큼 돈이 넉넉치 않아 늘 짧게 짧게 연장하며 쓰는데 여유가 되는대로 여유만큼 길게 계약을 해서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 더이상 이곳을 관리할 수 없게 되어도 내 글을 연결(link)하고 찾아올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이곳이 없어질 날을 예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