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기 시작했다.
07 Nov 2007내게 안좋은 버릇이 참 많지만 유독 안좋은 버릇을 하나 꼽자면 손가락 끝을 물어 뜯는 것이다. 그래서 손톱은 거의 언제나 단정하지만, 그 주변은 개발 지역처럼 늘 찢기고 상처가 나있다.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손을 물어 뜯다보니 몸이 좀 피곤한 날은 여지없이 감기 기운에 시달린다. 며칠 전에도 손을 물어 뜯다가 건조한 날씨에 그만 목감기가 들었고 그저께까지 미미한 열에 시달렸다.
손끝 물어 뜯는 버릇을 고치려 노력을 안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의식하고 있을 때는 입으로 다가오는 손을 바지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지만, 집중하고 있을 때는 무의식 중에 손끝이 이에 잘근 잘근 씹히고 있다.
결국 참다 못해 다른 대책을 고민했고, 입에 뭔가를 물려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바로 실천에 옮겼다. 바로 금연 보조 용품인 가짜 담배를 물기로 한 것. 실제로 담배를 피운 적은 없지만, 뭐 상관 없지.
얼핏보면 막대 모양 사탕
물면 이렇게 생겼다. 공기를 빨아 들이면 아로마 향이 입 안에 들어온다. 밥 먹고 난 뒤 빨아 들이면 입 안이 상쾌해져 기분도 좋다. 입에 물기엔 담배보다 무겁긴 하지만 살짝 이 사이에 걸쳐 놓으면 부담 되진 않는다.
똥꼬에 넣는 약처럼 생겼다고 실제로 똥꼬에 넣진 마세요.
반투명한 가짜 담배 통 안에는 똥꼬에 집어 넣는 약처럼 생긴 알맹이를 넣을 수 있다. 위, 아래 흰 부분은 아로마 향을 내주는 솜 같은 물질이고, 가운데 토끼똥처럼 생긴 알맹이들은 토르말린이라고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물질이라고 한다.
값은 3,000원이며 약국에서 판다. 오늘부터 이거 물기 시작했는데 하루 내내 손끝을 물지 않았다. ^^ 으쓱. 씻는 건 좀 귀찮을 것 같긴 한데 가그린 같은 걸로 슥슥 살균하고 물로 헹구어 낼 생각이다.
예전에 담배 쓰임새로 입에 물고 있던 것이 츄파춥스였다. 워낙 좋아하는 막대 사탕이기도 하고 지금도 무설탕 츄파춥스는 좋아한다. 그 당시엔 하루에 5개 정도씩 먹었는데 어느 날 치과에 가보니 충치가 17개더라. 적절한 대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가짜 담배는 그럴 염려는 없다. 비록 처음엔 상쾌한 향이 목젖을 적시는 것이 영 어색한데(목이 참 건조해지는 느낌), 익숙해지니 괜찮더라. 별 네 개짜리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