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결산

2006년 결산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2007년 결산이라 글머리를 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매일 매일 게을러져 2006년 때처럼 글 꾸러미 뒤지며 일일이 통계 뽑는 걸 포기했다. 아무렴 365번이나 거듭해서 게을러졌는데 그 정도는 가뿐히 제껴야지. 으쓱 으쓱.

그래도 2007년을 닫긴 닫아야겠고, 그냥 닫자니 허전하고 해서 날로 먹자는 마음으로 주절 주절 떠들까 한다. 회 먹은 지 오래 됐으니 글이라도 날로 먹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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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은 내게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라면 내게 8년 넘게 밥을 주고 떡을 주던 게임 업계에서 떠나 새로운 곳에 엉덩이를 부비대고 있는 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몸을 담았던 게임 개발부가 잘 나가고 있기에 가끔 부럽긴 하지만 내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많이 부족해서 주변에 폐 끼치고 있지만 멋진 사람들과 함께라면 2008년엔 멋진 놈 하나 선보일 수 있다. 더 힘차게 달리자.

2

올 해 초에 미투데이라는 서비스에 발을 들인 점도 참 각별하다. 가난한 인맥을 좀 더 넉넉히 넓혔고 여러 경험과 생각을 소화한 시간이기도 했다. 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다.

3

2007년은 창업하는 해라고 다짐했다. 실제 회사를 차리는 것이 아니라 그럴만큼 다양한 도전거리가 있었고 실제로 몇 가지 일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 그 좋은 기회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이제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비록 때는 놓쳤지만 마무리는 반드시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테니까.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며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 나온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나약한 의지에 채찍을 가하기 위함이다. 월세와 세금 감안하면 한 달에 50만원은 기본으로 나간다. 한 달 동안 게으름 피우면 50만원이 주머니에서 직접 빠져 나간다. 최소한 한 달에 50만원쯤 되는 가치를 만들지 않으면 비싼 돈 들여서 독립을 한 이유가 없다.

거창한 목표는 일단 제껴두자. 한 달에 만들어내는 가치로 50만원, 1년으로 치면 600만원 순익을 만드는 걸 2008년 목표로 삼았다. 명확하다. 이제 매달 50만원 순익을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자. 머리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 같은, 혹은 바다 쓰레기 같은 이상들을 손가락 끝에서 실현하자.

4

소위 말로 “방을 질렀더니” 주머니가 가난하다. 그래서 칼을 들었다. 손에 칼을 들고 길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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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않고 싱크대 위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번잡하긴 해도 사먹는 것보다 해먹는 것이 싸긴 싸다.

내가 만든 먹거리를 먹으며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각 재료에 담긴 향이나 맛은 다 어디로 가고 이런 새로운 맛이 나는걸까? 먹고 병원에 실려갈 정도는 아니지만, 생김새를 보고 예상하는 맛을 찾을 수 없어 당황스럽다. 닭 암수 사이에서 오리 한 마리가 떡- 나와 응애 응애 응애애 우는 꼴이랄까?

같은 이름을 가진 요리를 어머니께서 만드실 때 걸리는 시간과 내가 만드는 시간도 비슷하고, 재료 들어가는 순서나 양도 비슷하다. 그런데 맛은 다르다. 아마도 이곳 공기와 물맛이 다른 곳과 달라서 그럴 것이다. 내가 있는 동네, 아니 내가 있는 건물, 아니 내가 있는 방만 다를 것이다.

5

으마 으마한 노래 실력을 담고 있던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많은 이야기거리를 나도 내 몸 어딘가에 담고 있다. 아랫배와 엉덩이에. 나날이 이야기거리가 늘어서 이제는 다이어트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더 이상 품고 있다가는 파릇한 젊어서 풋풋함 마저 풍겼던, 잃어버린 10년처럼 시나브로 사라질 것이다. 겁이 난다.

위에 3에 쓴 말을 울궈먹는 말인데, 컴퓨터에 날짜가 2008년으로 넘어가면 얼른 얼른 싸야 겠다. 2008년엔 “글 썼다”가 아니라 “글 쌌다”는 말이 나날이 나오게 하련다. 변비 걸리면 방귀 냄새도 지독하고 민낯으로 다니기 민망하게 아저씨 여드름이 나니까, 열심히 열심히 글을 싸련다.

(물론, 혹부리 영감의 혹은 사기이다. 내 뱃살과 엉덩이는 사기가 아니다. 그래야 말고)

6

지난 대선을 계기로 생활 검색 서비스를 네이버에서 다음으로 옮겼다. 내가 보고픈 기사가 네이버에선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의도를 했다면 나쁜 놈들이라서, 의도를 하지 않았다면 화제거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부실함 때문에 네이버를 떠났다. 아직도 가끔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신뢰는 하지 않는다.

맛집이나 이용 후기는 구글에서 검색하면 블로그에서 부족하지 않게 구할 수 있고, 기사나 새로운 소식은 다음에서도 구할 수 있다. 올 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력으로 쓰던 전자우편 주소도 네이버에서 내 개인 도메인 주소로 바꿨다. 생활 속에서 네이버를 하나 하나 걷어내자 싱거울 정도로 금방 깔끔하게 네이버를 걷어냈다. 의존성이나 불편함은 생각보다 없었다.

올 해 초였다면 걷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내 인터넷 생활 부문을 조금씩 다른 서비스로 옮겼기에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네이버 이용 빈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무서울만큼 쉽고 빠르게 어떤 서비스 의존성을 없앤 나 자신이 놀랍다. 그리고 혹시라도 네이버쪽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내가 나 자신에게 놀랐듯이 그들도 나를 보며 놀라야 할 것이다.

7

난 꼴통이 싫다. 무식과 무지는 다르지만, 대체로 무식한 사람이 무지하기도 하거나 그 반대로 무지한 사람이 무식하기까지 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난 무식하거나 무지한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

뭐... 그렇다고.

8

삶에 목표를 세우거나 계획을 세운다고 꼭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에 힘을 실어준다. 나침반 같달까. 그래서 나는 수시로 제대로 지키지 못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곤 한다.

앞으로 5년 안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계획은 동북아시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대해 궁금한 것 있으면 한날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나올만큼.

그 다음은 동아시아, 그 다음은 동남아시아, 그 다음은 중앙아시아, 그 다음은 서아시아. 그리고 결국 아시아를 아우르는 똘똘이가 되려 한다.

9

2007년을 마무리하는 이 글을 마무리하는 단락에 다다랐다.

이제 해가 홀라당 바뀌기 전에 적절히 무덤 디비며 2007년을 떠나 보내고, 새 해를 맞이 합시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