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 진영에 안타까운 점.
09 Dec 2007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기는 눈물 어린 대 서사시였다. 그런 기적을 이번 대선에선 문국현 후보가 일으켜 주길 바라지만, 지난 대선과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김대업 사건도 있었고 차떼기도 터지면서 후반엔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에서 근소하게나마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국현 후보는 2위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문국현 후보 진영에서 하는 일 중 못마땅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도덕 보다는 경제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고, 사람을 죽였어도 쌀밥 먹게 해줬으면 땡이라는 무시 무시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굳이 누구를 지목하지 않더라도, 부도덕한 이명박 후보가 40% 라는 무지막지한 지지를 받는 걸 보면 우리 사회 인식을 뻔히 알 수 있다. 이건 다 노무현 때문이다. 저런 것 좀 어느 정도 해소하라고 뽑아놨더니 오히려 더 심하게 만들어놨다.
그런데 한동안 문국현 후보쪽에서 세상에 외치는 것은 “청렴”, “도덕” 같은 면모들이었다. 각종 정책들을 제시했지만 세상에 퍼지는 이야기들은 이명박의 더러운 면에 대한 반사 이익을 노리는 듯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청렴성이나 도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어떤 것에 우선 할 수 있다. 아니, 말을 명확히 하자면 능력에 앞서 됨됨이가 됐는 지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칼질 잘 한다고 조폭에게 살림을 맡길 수 없지 않은가?
문국현 후보의 그런 됨됨이가 여러 사람들의 눈을 끌고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 인식은 그런 됨됨이보다는 노무현 때문에 망가진(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기회 문이 더 닫힌) 경제를 되살려(?) 내가 좀 더 살만하게 해줄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꼼꼼히 따지고 보면 이명박 후보의 공약들이나 정책들은 위험한 부분들이 많긴 하지만, 대충 슥- 보면 참 그럴싸 한 것이 많다. 게다가 대규모 정부 공사를 통해 보리밥에서 쌀밥 먹게 해준 박정희 신화를 종교처럼 믿는 사람들한테 이명박 후보의 주장들은 그럴싸한 수준을 넘어서 이미 경제 부흥을 일으키고 있는 듯한 만족을 준다.
즉, 많은 사람들은 애초에 이명박 후보의 더럽고 추악한 면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문국현 후보를 비롯해서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그 점을 붙들고 늘어졌다. 그런 건 정동영 후보나 이회창 후보가 하게 냅두고, 문국현 후보는 좀 더 자신의 정책을 더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노력을 해야 했다.
문국현 후보의 공약들이나 정책들에 깨끗하다거나 청렴하다는 표현이 잘 나온다. 많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줄이자니 그렇게 된 것일텐데, 도덕불감증이라고 누워서 침뱉기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을 평할 정도로 도덕보다는 경제(돈)에 관심이 치우쳐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들이 과연 얼마나 와닿고 이해가 될까? 깨끗하지 못하기에 삼성에서 수 조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걸로 대한민국을 장악했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는지 설명하면 금방 와닿을 것이다. 그걸 막고 그런 수 조원대 비자금이 생기지 않도록 깨끗한 세상을 만들면 흐르지 않을 운하 만드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을 낼 수 있다는 말을 전달하기엔 지금 문국현 후보 진영의 말들은 참 공허하게 흩어지고 있다.
각종 정책 평가에서 문국현 후보가 연이어 1위라고 한다. 그럴만하고 좋은 정책들이다. 그런데 그런 정책들을 살리는 깔끔한 문장 하나가 없고, 전달력도 떨어진다. 불도저라는 별명인지 악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명박이 내세우고 있는 문구를 보라.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한다. 햐, 그럴 듯 하다.
깨끗하고 사람 중심이라는 생각이 중요하지 않거나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점을 정책과 공약과 어울려서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퍼뜨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사실상 실패한 CEO이고 시장이었는데도 성공한 CEO이자 실천력 있는 시장으로 인식될 때, 정말로 성공한 CEO이자 깨끗한 사람인 걸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사람 좋고 깨끗해서 순진/순수한 사람. 그래서 어쩐지 못미더운 사람으로 그치고 있는 현 상황이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