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없는 경우
21 Mar 2007이미 쓴 글을 아예 지우는 일은 별로 없다. 나를 피곤하게 하는 글도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지울 이유가 없다.
어제 내 블로그에 망 전송량(network traffic) 초과 안내문이 떴다는 말을 들어서 한동안 꺼뒀던 방문 기록기(Referer log)를 켰다. 몇 시간 뒤 기록 내역을 봤는데 한참 화제를 몰고 왔고 많은 비난/비판을 받았던 글을 찾아 온 기록이 눈에 띄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월척 낚은 강태공 역을 한 셈이었다.
당시 글에 담으려 했던 주장이나 주제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논리나 내용은 그때와 다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글은 참 미숙했다. 낚으려고 쓴 게 아니었는데 내 미숙한 논리에 낚인 그때 그 분들에게 죄송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논리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 글을 지운 건은 아니다. 글이 미숙해서 지운 것도 아니다. 그 글을 썼던 그 때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는 대상에 대해 긍정하는 글을 썼는데, 얼마 뒤 그 대상과 관련된 조직에 들어가는 경우이다. 물론, 긍정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그 조직에 합류한 경우는 없다. 그쪽에서도 내 블로그를 모르고.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대로 업계 바닥이 하도 좁다보니 우연히 그 조직에 속하게 된다.
이런 경우엔 관련 글을 과감히 지운다. 좋건 싫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그런 이유 때문에 글을 쓴 의도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보다 꽤 많다. 나는 오락 개발쪽 일을 하고 살지만 내 블로그에 이쪽에 대한 글을 별로 쓰지 않는데, 내 의지와는 무관하고 해명을 할 수록 더 믿음을 잃는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을 받느니 아예 관련 글을 쓰지 말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건 내가 이직을 한다면 이쪽 업계 안에서 돌아 다닐테니까.
혹, 검색이나 누군가 주소를 연결해서 글 보러 왔는데 글이 없다고 나오면 위에 써놓은 이유 때문이라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양해 바랍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한 서너 개 정도 지운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