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동원 예비군 훈련 (미지정)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미지정으로 동원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미지정은 출퇴근을 하는 방식이다. 집에서 훈련장까지 약 34km이기 때문에 한참을 달려야 한다. 거리가 얼마가 되건 훈련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 선택권은 없기에 나는 투덜대며 사흘 동안 중부 고속도로를 3번 왕복했다.

첫 날은 무난했다. 변함없는 맛으로 많은 아저씨들을 불편하게 하는 급식 도시락, 10분 교육을 위해 30분 동안 줄 서고 이동하고, 10분 동안 담배 피우며 휴식을 취하는 효율성 꽝인 교육 체계. 피곤하긴 했지만, 큰탈 없이 보냈다.

둘째 날에 문제는 시작됐다. 예비군 급식 도시락 위생과 맛 등으로 불만이 많다며 기존 급식 도시락에서 즉석 발열 도시락(전투 식량)으로 바꾼다고 했다. 줄을 당기면 열이 생기며 햇반처럼 설 익은, 혹은 위생 포장한 반찬을 데우는 도시락이다. 육군 중 그 첫 실험을 우리에게 한다고 했다. 맛에 자극이 강하고 설 익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20분 동안 기다리는 지루함이 있긴 했지만, 그냥 저냥 먹을만 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다만, 그날 먼지를 많이 마셨는 지 퇴근할 때 감기 기운을 느꼈고, 밤새 끙끙 앓았다.

셋째 날은 사흘 동안 있었던 훈련 중 최악이었다. 감기 몸살로 눈 앞은 돌고 열 때문에 온 몸은 아프고, 아침 첫 훈련을 20분 동안 산 꼭대기에 올라가 5분 교육을 받은 뒤 다시 내려오는 뻘짓에 화가 치밀었다. 점심은 가관이었다. 오늘 점심도 어제처럼 즉석 발열식 도시락이었는데 오늘은 다른 업체에서 만든 것이었다. 밥은 햇반, 카레는 3분 카레이고 용기 안에 발열체가 있었다. 근데 발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밥은 익지 않았고 카레 역시 미지근했다. 전혀 안익은 햇반에 전혀 안익은 3분 카레를 부어서 먹는 딱 그 맛이었다. 제대로 제품 실험을 하지 않고 급히 공개 입찰에 참가한 티가 역력했다. 맛이야 그렇다쳐도 이렇게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제품을 내일이면 퇴소해서 자신의 일자리로 복귀할 사람들에게 실험하는 윗선에 화가 났다. 부실한 도시락을 먹고 이 산 저 산 타고 다니며 아주 뜻 없이 시간을 보내며 예비군 마지막 날을 마쳤다.

예비군 제도는 불합리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등 문제 제기야 나 말고도 많이 했으니 굳이 내가 또 할 필요는 없고. 그냥 아주 짜증스러운 동원 예비군을 보냈다는 투덜거림을 하고 싶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