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서비스와 감성 소모, 그리고 새로운 소통거리 1
21 Jun 2007들어가며
이용자와 이용자가 교류를 할 때 정보나 감성 등 여러 가지가 오고 간다. 나는 이 글에서 감성 교류를 주목하고 직접 겪었던 것을 다루려 한다. 그간 여러 가지 형태로 실험을 하였는데, 이 글에 가장 적합한 사례이며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서비스인 미투데이를 주요 예로 다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앞서 나가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이 글의 부제목은 “미투데이 분석”이라 할 수 있다.
1. 감성과 중독성
1-1. 이용자 교류와 감성
이용자는 다양한 형태로 다른 이용자와 교류를 한다. 더욱이 인터넷은 교류 수단이나 방법이 다양하고, 각 방식이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실 생활에서 사람이 교류를 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나 반응과는 색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와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교류한다. 학술 모임에선 학술 정보를 주고 받고, 인터넷 상점에선 물건을 사는 것과 관련해서 경험을 주고 받고, 친목 모임에선 특정 주제나 혹은 주제 없이 친목을 나눈다. 어떤 목적이건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와 교류를 하는 과정에 각 사람의 감성이 뭍어난다. 어떤 이가 좋고 어떤 이가 싫다는 감성일 수도 있고, 저 사람은 무뚝뚝하다거나 우스갯소리를 잘 한다는 식으로 겉엔 감성이 없지만 그 속은 감성을 근거로 하는 생각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 행위에 감성이 뭍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현상이며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특성이다.
1-2. 감성엔 매우 큰 중독성이 담겨 있다
대화방이나 동호회, 혹은 소모임에서 활동을 깊게 해본 사람이라면 이들을 이용하다 중독되어 생활에 지장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별 뜻 없이 나누는 수다에서 밀고 당기는 감성 교류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달린다. 이는 감성을 자극 받아 이성 작동이 방해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술 모임이나 정보를 나누는 곳에서 이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감성 요소가 끼어들지 못한다. 이는 감성과 이성이 함께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것에 더 집중했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이성 교류 활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체로 이성으로 교류 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왕성한 이성 교류를 하려면 그 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알지 못하면 끼어들기 어려운 것이 이성 교류이다.
군대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자. 이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몇 종류 안되는 경험을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감성 측면에서 보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군대 얘기에 공감을 느끼는 사람 모두 이야기 때마다 새로운 재미와 흥미, 관심이 일어난다. 이성에 기댄 화제는 객관성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들은 그 자체가 교류 대상이고 목적이며 과정이다. 그러나 감성에 기댄 화제는 주관성이 강하기 때문에 교류를 하는 이들의 경험과 성격, 현재 감성 상태에 따라 교류 대상이나 목적, 과정이 조금씩 다르게 작용한다.
즉, 같은 얘기라도 감성이 잘 깃들어 있고 감성 측면에서 교류하면 매번 색 다른 흥미가 일어나며, 이런 교류 과정에서 “공감”이 일어나면 교류 농도는 더 짙어져 새로운 감성을 일으킨다. 이 점이 감성 교류가 가진 중독성이다. 이성 교류 역시 이러한 중독성이 있다. 흔히 집중이나 몰두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이런 현상은 감성 교류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한 객관성을 갖춘 정보나 지식을 교류하는 이들 모두가 어느 정도 갖춰야 하며, 각자가 관심이나 호기심, 열정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통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감성 교류는 이성 교류에 비해 서로 통하는 경우가 더 잦다.
1-3. 감성 교류의 위험 요소
감성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강렬한 참여 욕구, 간단히 줄여서 중독성은 그 자체로 위험 요소이다. 이성이 감성에 중독되어 평소 하지 않던 짓을 하기 때문이다. 흔한 짓은 대체로 비밀 같은 사생활 노출과 지나친 감성 소모이다.
사생활 노출은 사람이 감성 교류에서 뛰쳐 나오거나 튕겨져 나오게 한다. 감성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 부담없이 공감하고 쉽게 화제를 찾을 수 있는 화제를 찾는다. 겉모습이나 하는 일, 음식 얘기처럼 누구나 하고 누구나 가볍게 나눌 수 있는 대화가 이뤄진다. 나 혹은 너라는 대상에서 벗어난 화제거리는 감성 교류 도마에 잘 올라오지 않는다. 이런 화제거리는 이성 교류로 넘어가야 일어나기 시작한다. 내가 잘 모르는 대상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가질 순 있으나, 감성이 꿈틀하고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서로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고 자기 자신에 대해 하나씩 밝힌다. 서로 감성이 잘 오가는 사람, 즉 통하는 사람끼리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기도 한다. 비밀이 점차 오가는 것이다.
사생활 얘기를 주고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생활 얘기를 주고 받는 관계가 깨지거나 어떤 이가 실수로 다른 이에게 누출했을 때 나타난다. 사생활이 사생활로써 보호받지 못하면 그 사생활 얘기의 주인공은 경우에 따라서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인터넷처럼 디지털로 기록이 남는 경우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로 회피형 자살이다.
감성 소모는 사람을 지치게 하는 위험 요소이다. 몸이 지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이 공허하다고 느끼는 현상이다. 이는 감성이라는 놈이 가진 특성이다. 쉽게 생겨나고 쉽게 공감이 일어나지만, 그만큼 깊이가 없다. 전력 소모가 심해 금방 방전되어 꺼지는 전자제품처럼. 이성 교류와는 달리 감성 교류는 감성이라는 제 자신을 소모하는 정도가 심하다. 깊고 진한 감성 교류 중 하나인 사랑 역시 3개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고갈된다고 하는데, 하물며 소소한 감성 교류는 얼마나 갈까. 먹는 얘기나 겉모습 얘기, 혹은 군대 얘기로 나누는 감성을 한 사람과 일주일 이상 끌고 가기 무척 힘들 것이다. 오래 끌고 가고 싶다면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즉 정보성을 갖춘 얘기로 또 다른 호기심을 일으켜야 하는데 만약 교류하는 이들 중 어느 한 명이 해당 정보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으면 곧 교류는 끝난다.
깊이가 없기에 쉽고 편하게 교류할 수 있고 깊이가 없기에 소모성이 강해 금방 고갈된다. 더 이상 나눌 감성이라는 동력원이 없어 고갈 상태가 되면 웃으며 수다를 떨어도 어딘가 허전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성에 근거한 판단에 이른다.
1-4. 감성을 잘 일으키는 요소
이렇듯 감성 교류는 불 잘 붙는 연료나 자극성 강한 맛을 지닌 먹거리처럼 확 끌어 당기고 불타오르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불 붙은 감성 교류를 어찌하면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는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선 좀 더 불을 잘 붙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에게 이성 교류를 강요하거나 감성 교류를 방해하는 제약을 많이 걸지 않는 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감성을 나눈다. 문제는 좀 더 잘 일어나게 하는 것인데, 이는 감성 교류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우면 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눈에 잘 보이고 사례가 많은 방법은 조작계, 흔히 User Interface라고 부르는 부분을 감성 교류에 적합하게 다듬는 것이다.
요즘엔 흔하지만 몇 년 전에 게시판에 짧은 댓글(comment) 기능이 등장했을 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좀 더 빠르고 쉽게 하고 싶은 말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소모성이 강하고 토론이나 토의를 하기엔 너무 가볍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빠르게 생각을 주고 받을 때 좋다. 이런 특성 탓에 댓글 놀이를 비롯하여 새로운 소통/교류 문화가 형성되기도 했다. 더욱이 제목, 본문으로 구성된 글보다는 할 말만 간단히 남기는 구성은 감성 교류에 잘 어울려 큰 중독성을 일으켰다. 자신의 감성을 제목으로 다듬기엔 부담스럽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난 자장면이 좋은데...”라는 취향을 밝히는데 글 제목과 본문은 필요 없다.
갈고 닦아 이해라는 가공/정리 과정을 거치는 이성과는 달리 팔팔한 날 것 같은 감성은 휘발성이 아주 강하다. 금방 피어올랐다가 어느 새 증발해 흔적만 흐릿하게 남기곤 한다. 수다는 부담 없는데 편지는 좀 더 부담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감성을 담는 중 원래 갖던 느낌이 사라지거나 조금씩 변해 쓰면서도 감성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성이 증발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원래 감성 그대로를 담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짧은 댓글처럼 생각을 담는데 거추장스러운 절차나 양식을 없앤 조작계가 감성 교류에 효율성을 나타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1편을 마치며
1편에서는 감성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편에서는 1편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미투데이를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