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울함을 피하는 방법

최근에 몸과 마음은 지쳤지만, 길 잃은 똥강아지 마냥 마음 뉘일 곳을 잃어 우울증을 품고 있었다. 밖보다 안에서 노는 걸 좋아했기에, 안을 잃어버려 밖으로 배회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 안에선 불안과 밖에선 불편에 치여, 끼여, 짓눌려, 밟혀 아팠다.

이런 것 티 내기 싫다. 귀찮고 익숙하지 않다. 주변 살과 다른 무늬와 색인 흉터 자국을 드러내기 싫다. 나 자신에게 말을 하고 들어주고 풀어주고 헤쳐나갈 뿐.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식욕이나 식탐도 없고, 술이나 담배를 즐기지 않는다. 딱히 즐기는 취미도 없어 보이고, 동호회 활동도 없어 보인다. 여자 사귀려고 딱히 노력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화가 나거나 우울증에 걸려고 재미 없게 혼자 속에서 정리한다. 뭐 반응이 있어야 재밌지.

기분 상하거나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땐 가만히 앉아 기분 좋아질만한 것을 떠올린다. 예쁘거나 귀여운 것을 떠올린다. 그래도 안되면 멍청한 얼굴로 멍청하게 하늘을 멍하니 쳐다본다. 하늘님에겐 미안하지만, 그렇게 내 속에 있는 마음의 암을 흘려 보낸다. 몰래 엉덩이 한 쪽 잡아 당겨 방귀 방출하듯이.

오늘 하늘님이 너무 하셨다. 맑고 햇님은 기분 좋으신지 햇볕 가득 보내주시고, 바람은 어찌 이리도 휘감듯 어루만지셨담. 서럽게 날이 좋아 서러운 마음에 하늘을 쳐다보지 못했다. 마음 곳곳에 볕과 바람을 보내주어 살균 세탁과 건조 좀 해달라고 하려 했는데,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벅차다. 나 혼자 감당하기엔 상한 마쉬멜로우가 너무 크고 많다. 찐득 찐득하게 심장에 붙어 이를 떼어 내면 내가 죽는다. 나를 씻겨주시는 하늘님께서는 날아 올라 하늘을 뚫고 우주 속 먼지가 되어 방황하지 않도록 그림자를 발목에 걸어주셨고, 나는 폴짝 뛰다 짧은 그림자 길이에 그만 엉덩방아를 찧으며 추락할 수 밖에 없다. 검푸른 마쉬멜로우가 심장을, 그림자는 발목을 도려내듯이 파고 들 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늘만 쳐다 본다.

-살려주세요. 나 아직 할 일 많아요.

...

혼자서 이겨내려면 수수깡처럼 뻣뻣한 관절에 힘주어 다리를 꼬은 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 흐읍~ 푸우우 흐읍~ 푸우우 하며 숨 쉬기라도 해야 한다. 그간 “혼자서도 잘해요” 라고 말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이 한 몸 뉘이고 이 한 마음 뉘여 날아오르는 꿈을 꿀 수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젠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막막함에 눈이 멀고 귀가 막히고 입이 찢겨 주저 앉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답은 뻔했고 질문은 식상했다. 늘 그랬듯이 체한 척 명치 부근을 두드리며 심장을 파고드는 마쉬멜로우 모양을 한 거머리를 떨궈보고 양말과 신발을 신어 그림자와 조금이라도 간격을 두며 참는 것이다.
참는 것이다.
참는 것이다.

지긋 지긋해서 이 삶이 지겨워 끝내고 싶지만.
참는 것이다.
참는 것이다.

베로니카는 죽기로 결심했다는데, 나는 참기로 결심한다.

...

오늘.
우울함을 피하는 방법.
참는 것이다.
참는 것이다.

그리고

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