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종기 고양이 형제
12 Jul 2007어제는 밤새 내린 걸로 부족해 아침에도 추적 추적 비가 왔다. 출근을 하려는데 기가 막히게 귀여운 장면이 눈에 들어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 집 마당에서 무단 서식 중인 들고양이-어머니 표현을 빌리자면 노숙자 고양이- 몇 마리가 있는데, 이 중 새끼 고양이 몇 마리가 옹기 종기 몸을 움크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어미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형제라고 서로 몸을 맞대고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 조심스레 사진기를 깨작였다.
몇 장을 찍다보니 욕심이 생겼고 조심스레 나가려는데 그만 작은 소리에 잠을 깨버렸다. 그래도 밥 주는 사람이라고 아주 경계하지는 않고 “얘가 뭘 하려고 점점 다가오는 걸까?” 라고 하는 듯한, 아니 사실 그런 말을 담기엔 잠에서 덜 깨어 멍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아침에 나갔다가 밤 늦게 퇴근을 하니 얘네들을 자주 대하진 못했다. 어머니처럼 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월세 계약을 하고 나자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들었던 5년 전 자취방 주인 아주머니와 어벙한 청년 사이처럼, 나와 우리 집 마당을 점거한 노숙자 고양이 사이는 서먹하기만 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어미 고양이가 곧 나타났다. 그 어미를 따라 나머지 형제들도 똘랑 똘랑 따라 나타났다.
이 많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밥을 먹이며 키운 어미 고양이답게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내게 카악- 소리를 내며 위협을 하기 보다는, 밥 좀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과 울음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겁도 많고 대단히 보수성과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보인다. 그 많은 새끼 하나 하나 다 챙기고, 먹을 것이 생기면 새끼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먹거리가 남는 경우는 드물기에 언제나 어미 배는 홀쭉하다. 아, 다시 생각해보니 말을 잘못한 것 같다. 오래도록 쌓인 고양이에 대한 편견에 비추어 봤을 때 고양이는 겁도 많고 대단히 보수성과 모성애가 강했지, 원래 고양이는 이랬을 것이다.
이런 저런 시덥잖은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어미 고양이는 냐앙 거리며 밥 달라고 울고 내 다리 주변에서 뒹굴 뒹굴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렸다. 이런 모습들이 내게 시덥잖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지. 후훗.
미안하게도 내겐 얘네들에게 줄 밥이 딱히 없었고, 지각으로 내 밥줄을 조금이나마 걱정하는 상황이었기에 애써 외면하며 발길을 돌렸다. 새끼 고양이들은 그런 나를 힐끔보다가 자세와 자리를 잡으며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한 채 다시 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