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가정을 하나 먼저 내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여기 실존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존재하는 여성, 즉 가상인 여자 갑순이가 있다. 남자인 나는 이 여자와 컴퓨터 메신저로 평소에 많은 얘기를 나눈다. 얘기를 나누느라 둘 다 할 일에 지장을 받기 일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실제로 만나 차 한 잔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그때 나는 갑순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 실은 메신저 되게 싫어해. 그래서 사무실에선 할 말 있으면 직접 가서 말을 하고, 메신저는 파일 주고 받을 때나 써”

갑순이 얼굴을 쳐다보니 혼란에 빠져 있다.

1. 나 메신저 되게 싫어한다. 하지만, 당신이기에 메신저를 켜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2. 나 메신저 되게 싫어하다. 그러니 이제 그만 당신과 얘기하고 싶다.
3. 나 메신저 되게 싫어한다. 이젠 메신저로 얘기 나누지 말고 이렇게 직접 당신을 만나 얘기하고 싶다.

대체 무슨 말이지? 뭐지? 뭘까???

그렇다면 난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한 것일까. 난 단지

“나 메신저 되게 싫어해. 그래도 메신저는 파일 주고 받을 때는 편해서 쓰긴 써”

라고 말을 하고픈 것일지 모른다.

왜 나와 갑순이는 소통에 이런 틈을 겪는걸까? 나는 싫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고, 갑순이는 얘기 대상을 “자신”에게 맞췄기 때문이다. 내가 원래 하려던 말은 “쓰임새”에 초점을 맞췄지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았고, 갑순이는 쓰임새를 “누군가”라는 대상에(정확히는 자기 자신) 맞췄다.

살짝 한 발자국 떨어져 상황을 보면 참 어리석게 보이지만,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혹은 자기 자신을 조금만 뒤돌아보면 저렇게 개떡 같이 말하는 모습이나 엉뚱하게 받아들이고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머리 속에선 이미 그 말에 대한 충분한 생각이 들어있고(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생각없이 말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이리 저리 말을 잘라내어 줄여서 내 보낸 말이 저런 개떡 같은 말이다. 물론, 원래 말하려던 내용 대부분은 들어가있다. 하지만, 정리가 되질 않아 무엇에 초점을 맞춘 말인지 알 수 없어 갑순이는 저런 혼란 속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