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시즌 2 에피소드 2 편집기를 만져보고.

아따, 이름 한 번 어렵다. 시즌 2에 에피소드 2라니. 참 뜬금 없고 구분 안되는 version 2.2 이런 것보다야 낫지만 “대중성”을 가장 큰 무기로 삼는 곳 치고는 참으로 불친절한 이름이다.

아무튼 이름은 제끼고, 이번 판올림에서 겉으로 가장 크게 드러난 부분인 글 편집기를 들여다 봤다. 얼핏 보면 Mac OS용 무른모(software)인 iWeb을 떠올리게 하는데, 더 시간을 들여 만지작거리니 사뭇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잘 만들었다”.

화면이 좁니, 느리니, 왜 이 아이콘이 여기 붙어있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처음에 에피소드 2를 열었던 날에 본 편집기 화면과 오늘 본 편집기 화면이 또 다르듯이(물론, 지금이 더 낫다) 앞으로 이용자 경험 분석을 통해 계속해서 고쳐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 고쳐나가건 어떤 기준에 따를 것인데 그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 에피소드 2에서 핵심은 주제나 목적에 잘 맞는 도구를 제시하는 것이다.

잠시 네이버 블로그를 떠나서 기존 블로그 도구나 서비스에 있는 글 편집기를 보자. 차이야 있지만 글 쓰는 데야 별 문제 없다고는 해도 어떤 주제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잘 맞춰져 있진 않다.

iWeb 화면 갈무리 사진
::: 사진을 누르면 원래 크기로 볼 수 있음 :::

위와 같은 화면 구성을 가진 글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글 편집기들로는 쉽지 않았다. HTML 직접 수정 기능이 있고 HTML 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리 저리 공간을 쪼개고 각 공간에 내용을 채우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HTML을 모른다. 그나마 쓰는 대로 수식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편집기(위지윅)니까 글 사이 사이에 색도 넣고 굵게 꾸미기도 하고 사진도 넣는 것이다. 하지만, 글 꾸미기는 여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화면 구성은 그냥 위에서 아래로 주욱 늘어 뜨린 글이 거의 전부이다. 왼쪽, 오른쪽 공간을 활용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줄 모르거나 아주 귀찮기 때문이다.

정보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제 3 자인 “아는 사람” 얘기를 꺼내자면,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글을 iWeb으로 작성해서 기록해둔다. iWeb 안에 있는 각종 서식 중 쓰임새에 맞는 것을 골라 글을 기록해둔다. 찾는 것이야 Mac OS X에 내장된 검색 기능(spotlight)로 하고, 웹에 올릴 때는 별 다른 수정 없이 작성한 글 그대로를 그냥 올린다. 여행기나 요리법, 인터뷰 등 주제는 다양하고 각 글 모양새도 각 주제에 맞게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번 네이버 블로그 편집기에 있는 “레이아웃”은 이제 블로그를 어떻게 갖고 노는 지 알아서 더 멋진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능이다. 사람들이 많이 쓸 법한 레이아웃 중 하나를 고른 뒤 그 안에다 사진이나 글 내용을 담으면 끝이다. 위에서 아래로 주욱 글을 늘어뜨려야 했던 예전과 비교하면 조금 더 직관성 높은 글을 쉽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 봐야 하는 부분은 DB첨부이다. 이건 앞서 언급한 글 편집기와 맞물려서 더 힘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글을 주제나 생각에 어울리는 겉모양새를 입힌 데에 신뢰성까지 더하는 것이다.

“슈퍼 중이야”라는 가수 떼(어감이 어째 이상하다)에 대해 글을 쓸 때, 13명이나 되는 구성원 얼굴 사진을 이리 저리 잘 배치하고 그 옆에 이름 등을 다룬 뒤 “인물DB”에서 관련 정보를 연동하면 좀 더 그럴 듯해 보일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이런 DB 연동하는 기능을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찾고자 하는 관련 정보를 좀 더 편하게 퍼오는 정도에 그쳤지, 대체로 내가 원하는 글 화면 구성(layout)을 망가뜨리는 귀찮은 놈이 되기 일쑤였다. 왜냐하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화면 구성은 기껏해야 위에서 아래로 깔끔하게 나열하는 정도인데, 크기도 작지 않은 왠 상자가 떡하니 공간을 차지하면 그다지 화면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어떤 곳은 그 상자를 이용자가 원하는 곳에 옮길 수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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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안에 있는 글 편집기를 보며 나는 망치를 떠올리곤 했다. 망치는 기본 도구로 집을 짓거나 고치는 데 없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망치는 뭔가를 두드리는 데 특화된 도구이지 자르거나 맨질 맨질하게 다듬는 도구는 아니다. 대단히 솜씨 좋은 누군가는 망치 하나로 아주 멋진 호텔을 지어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망치로 못질만 한다. 애초 망치는 딱 그 정도 쓰임새에 맞춘 도구이다.

어떤 쓰임새에 잘 맞는 도구는 그 쓰임새에 대해 적절한 기능과 성능을 낸다. 글자를 써넣는 데 적절한 편집기라면 나처럼 글자 위주로 글을 채울 것이고(워드프레스 기본 편집기는 불친절하다), 사진을 담고 말을 덧붙이는 데 적절한 편집기라면 자연스레 사진 중심으로 글을 채울 것이다. 여태껏 네이버 블로그는 맛있는 칼국수 글만 가득 모여 여론을 형성하는 데 그쳤었다면, 앞으로는 서울에 있는 어떤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 먹은 사진을 예쁜 화면 구성으로 담고 글 아래에 그 칼국수 집 찾아가는 약도도 아주 생동감 있게 첨부한 글이 많아질 것이다.

좋은 도구가 생각 질을 올리진 않겠지만, 글의 질은 기본 수준을 올리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한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행한 이번 판올림은 그런 점에서 아주 꼼꼼하고 수준 높은 기획, 그리고 그 기획을 구현한 기술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