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만드는 계란말이
17 Oct 2008반찬 만들기 참 귀찮다. 그래서 되도록 밑반찬 한 두 개 있으면 그걸로 밥을 해치우는데, 가끔 영양소 관리 차원에서 달걀을 먹는다. 달걀로 먹을거리 만드는 것도 귀찮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되도록 설거지거리나마 나오지 않게 달걀 프라이를 한 뒤 밥 위에 얹거나 밥과 함께 볶는 편이다. 이 마저도 귀찮아서 달걀도 잘 안먹는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달걀말이(계란말이)를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달걀을 밥그릇에 깨넣고 거기에 고추가루 , 소금, 후추, 깨를 조금씩 넣고 잘 휘저어 푼다. 그리고 프라이팬을 중간불로 달구며 기름을 두른다. 프라이팬을 너무 달궈서 뜨거워지면 태우기 쉬우니, 가스렌지에 프라이팬을 올릴 때 바로 기름을 두르고 넓게 퍼지게 프라이팬을 돌려주다가 바로 풀어놓은 달걀을 펼친다.
가만히 기다리면 조금씩 익는데, 바닥쪽이 좀 익었다 싶으면 뒤집개로 한쪽부터 살살 밀어 올리며 반대편으로 굴린다. 위쪽은 안익었어도 상관없으니 계속 굴려서 계란말이 모양으로 만든다.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천천히 말면 된다. 그렇게 다 말았으면 조금 기다렸다가 계란말이 위아래를 통채로 뒤집는다. 잠시 더 달구면 계란말이 위, 아래 면이 노릇 노릇 익으면 다 된 것이다.
마음이 느긋하다면 중간 불 보다 더 약한 불로 익혀도 좋다. 불이 약할수록 계란말이 속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불이 강하면 구수한 냄새가 나고 좀 더 단단하다.
실은 밖에서 사먹는 그 화려한(?) 계란말이를 어떻게 만드는 지 모른다. 풀어헤친 달걀물을 익히며 말아서 계란말이 모양새를 흉내냈다. 그래서 글 제목도 “대충 만드는 계란말이”이다. 난 겸손한 청년이다.
대충 만들어서 맛도 대충 만든 티가 나지만, 먹을만하기도 하다. 만드는 데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된장국을 끓일 때 재료를 넣고 국을 끓이다 된장을 풀어헤친 뒤 불을 끄는 시간이 약 5분이니까, 된장 풀어 넣은 뒤 바로 계란말이 만들면 시간도 적절히 맞아 떨어진다.
취향에 따라 달걀을 풀 때 우유를 달걀물에서 반 정도로 넣어 휘저어도 좋다. 좀 더 고소하다. 궁금해서 고추기름을 넣은 적도 있는데 딱히 좋은 추억으로 남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