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
01 Nov 2008쉬 마렵다. 삼십 분 됐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어서 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목이 돌아가는 의자를 디디고 서서 형광등 갈고 있는 이를 위해 아슬 아슬 의자를 붙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변기가 막혀서도 아니요, 오줌발이 세서 오줌만 누면 변기가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쉬를 참으며 책을 읽고 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읽고 있는 이 책은 열 댓 장만 읽으면 다 읽는다. 화장실에 가 차디찬 바닥에 맨 발로 서서 몇 십 초 멍청한 자세로 오줌을 누면 책을 다시 펼쳤을 때 글자들이 나를 잡아먹을 것만 같다. 집중력이 떨어져 방황했고, 집중력을 다시 올리려 했지만 힘에 겨워 골골대기를 몇 주. 인질처럼 질질 끌려오던 책은 벗들과 몸을 맞대고 제 쉴 곳에 들어가질 못하고 나와 함께 방황하고 있다. 마침내 빠져들어 이제 열 댓 장만 읽으면 끝나거늘, 마침맞게 오줌보는 탱탱해져 엎어져 책을 읽던 나를 일으켜 불편하게 몸을 펴게 했다.
책 다 읽고 화장실 가야 한다. 그럴 작정으로 삼십 분을 참으며 책을 읽으며 오기를 부리고 있다. 아니다. 괜한 오기가 아니다. 일주일만에 풀어주기로 하고 제 집에서 끌려나온 책이기에 그 약속을 다하려 애쓰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착해서 우리말로 내게 말을 하니, 이십여 분만 더 참고 읽으면 될 터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 오줌보는 쫄깃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