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로 만든 마이크로 블로그?

미투데이를 비롯하여 나라 안팎으로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가볍고 작은 소통 도구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는 미투데이를 1년 넘게 쓰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짧은 몇 마디 남기기가 참 매력있습니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이런 마이크로 블로그나 사람 관계(인맥) 관리 서비스에 몇 가지 불편한 경험을 했습니다. 서비스 자체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문제지요. 그래서 거리를 좀 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개인 얘기를 굳이 다른 사람과 일부러(?) 잇지 말고 제 개인 공간에 하는 것이 제게도 좋고 절 불편해하는 사람에게도 좋겠다는 생각한 것이지요.

처음엔 중얼거림을 남길 공간을 직접 다 만들려 했습니다. 투자할 시간은 단 하루. 글을 써넣고 꺼내보는 기능이면 끝이니 하루 투자하면 후다닥 만들 수 있겠다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공간에 대한 궁리를 이리 저리 하다보니 점점 필요한 기능이 늘어나 마침내 히말라야 꼭대기에까지 올라 훌륭한(?) 마이크로 서비스를 만든 상상을 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다시 재미거리들을 다 쳐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골라 냈습니다. 그래도 하루 안에 다 만들긴 좀 벅차 보였습니다. 밖에 있는 다른 글에 글을 건다거나 파일을 첨부하거나 무단 자동 광고를 막는 기능은 이리 저리 시험 및 실험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각 기능마다 하루씩 필요해 보였습니다. 흐음, 이를 어쩐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워드프레스를 활용하는 겁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4년 가까이 써온 도구라서 구조를 거의 파악하고 있고, 둘째, 껍데기(template)와 부가기능(plug-in)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어서 제가 원하는 기능이나 꼴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워드프레스는 블로그 저작 도구이지만, 이 경우엔 웹 프레임워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웹 프레임워크로 워드프레스를 결정하고 바로 개발을 착수 했습니다. 개발이라고 해봐야 사실상 껍데기(template) 개발이 전부였습니다. 어제 점심 먹고 바로 시작해서 오늘 점심 먹을 때쯤 다 만들었으니 정말 하루 걸렸네요.

자, 여기 그 결과물입니다. 짠! 이름하여

중얼 중얼 한날

입니다. 관리자 권한으로 접근하면 아래와 같이 글쓰기 영역도 함께 나옵니다.

글쓰기 영역이 있는 모습

그럴 듯 하죠?

워드프레스는 댓글을 보려면 해당 글을 낱장으로 열어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Ajax + DHTML 방식으로 열지 않지요. 그래서 약간 꼼수를 부려 구현했습니다. 워드프레스에는 댓글을 돌출창(pop-up window)으로 따로 가져와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이 화면 자체를 Ajax 로 가져와 출력하는 것이지요. 실험해보니 잘 되네요. :)

댓글은 누구나 달 수 있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OpenID에 접속한 사람만 댓글 달 수 있게 했습니다. 무단 광고(스팸)이 귀찮기도 하고, 혼자말이 목적이라 열렬하게 모르는 누군가와 토론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OpenID 접속이 필수이면 귀찮아서라도 제 혼자말에 굳이 토 달지 않을테니까).

아참, W3C XHTML 1.0 Transitional도 깔끔하게 통과 했습니다. 으하하. 어지간히 디자인 끝내고 혹시 하는 마음에 슬쩍 찔러봤는데 한 번에 통과 했네요. (하지만 역시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선 화면이 좀 깨지나 봅니다. 밤에 고쳐야지 -_-)

맥 운영체제(Mac OS X) 일 때는 웹에서 글을 쓰고, 윈도우 운영체제 일 때는 Windows Live Writer로 글을 씁니다. 블로그와도, 서비스형 마이크로 블로그와도 맛이 색달라서 묘하면서도 좋네요.

그냥 새 공간 하나 더 열었다고 알리는 글 치고는 참 길게 주절거렸네요. 요즘 천덕꾸러기처럼 구박만 받았지 칭찬에 목 말라서 그런가 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