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노베이션 게임 (Innovation game)
21 May 2008부제목 : 혁신은 고객에게서 나온다.
1. 들어가며...
사진 출처 : 에이콘 출판사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만큼 책도 많고 사람들 고민도 많았다. 답을 얻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은 고객에게 원하는 바를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고객은 우리에게 신통한 답을 주지 않는다.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은 너무도 좋은 답과 도움을 주려고 애쓰다 방향성과 의도성이 담긴 진실되지 못한(?) 답을 얻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어보는 것 같지 않게 은근하게 물어보며 고객들이 흘려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참마음을 알아내기 위한 여러 분석 방법과 접근법이 동원된다.
2. 이노베이션 게임?
이노베이션 게임은 놀이를 통해 고객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원하는 바를 표현하도록 이끌고, 그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중한 정보들을 낚아서 맛있는 정보로 구워내는 놀이이며, 이 책에선 12가지 방법(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제품, 고객, 조직 상황에 따라 적합한 놀이를 골라 쓸 수 있게 각 놀이를 친절하게 정리해 놓았다.
따지고 보면 이노베이션 게임에서 소개하는 게임들은 이전에 전혀 본 적 없는 완전한 창조성으로 똘똘 뭉친 새로운 방법과 전략은 아니다. 마케팅 관련 책들을 보다 보면 이 책 저 책에서 한 번쯤은 봄직한 방법들을 잘 엮은 느낌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에이~ 이미 아는 내용이잖아”라고 구시렁 거릴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고민이 이뤄져 온 방법이기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살펴 보자. “제품 상자” 놀이는 고객이 제품을 담을 상자를 만드는 단순한 놀이다. 제품 상자는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데 아주 중요한 전달 매체로, 제품의 핵심 특징과 가치를 상자에 나타내야 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고객이 가장 중요하고 멋지다고 여기는 기능을 파악하는 기회’다. (127쪽 인용)
“제품 가지치기”는 커다란 나무를 그린 뒤 제품에 들어 있는 기능을 나뭇잎으로 붙여 제품 나무를 만든 뒤, 이 나무를 다듬는다. ‘나무 가지를 치듯이 제품 가지를 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99쪽 인용)
3.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이 책은 친절하다. 방법론에 접근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 놀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목적, 그리고 놀이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방법, 그리고 분석하는 방법까지 놀이를 시작해서 마치는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대로 한다면 설혹 놀이를 진행해 본 적이 없을지라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에서 다루는 12가지 게임들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쓰임새가 분명하고 주옥 같다. 또한 각 게임들 목적이나 쓰임새가 아주 나뉘어져 있지 않고 어느 정도는 각 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성 강한 각 게임을 공부하고 분석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마치 하나를 꿰니 자연스레 12번째까지 스르륵 삼키는 느낌이다.
아쉬운 점은 얕은 깊이다. 이런 류 책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원론이나 방법론은 최소화 하고, 당장 숨이 차서 죽을 것처럼 급한 사람들에게 적당한 실행/행동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이 점은 함정이 될 수 있다. 마케팅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볼 수 있지만, 잘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책에 나오는 내용을 따라 하면 “삽질”을 할 수 있다. 다방 커피만 알던 사람에게 다양한 원두 커피를 주며 깊이를 이끌어 내기엔 너무 성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어느 정도 기본이나 기반이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또 다른 아쉬움은 지나치게 책이 무거운 점이다. 이렇게 질 좋은 종이로 만들어 값을 올릴만큼 곁에 두고 종이가 닳도록 볼 책은 아니다. 물론 각 놀이들 정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테니 자주 꺼내 볼 여지가 많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보며 이노베이션 게임을 준비하다 보면 기획서에 이미 책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을 담게 될 것이다.
4. 마치며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몇 몇 대학생들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때 당시 최대한 인터뷰 목적이나 의도를 감추고 편안히 수다를 떨듯 얘기를 진행하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인터뷰 대상자는 더욱 더 내 표정과 손짓을 살피며 예민하게, 그리고 매우 이성에 기대어 신중히 답을 주었다. 그들은 어떡해서든 내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들의 그런 마음씀씀이 덕에 기사거리로 쓸 만한 내용은 많았고, 기획에 필요한 정보는 부족했다. 그들이 무의식 중에 툭 내뱉는 감성 조각이 필요 했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게임은 고객 마음 속 곳곳에 박혀 있는, 이 책의 표지말을 빌리자면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찾아내는 12가지 전략 게임’을 잘 다루고 있다. 좀 더 책을 가볍게 하고 싸게 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두루 부담없이 사서 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좋은 책이다.
물론, 기획자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설혹 이 책이 더 비싸더라도 꼭 볼 필요는 있다. 혁신(Innovation)은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갑자기 완전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응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이(이미 있는 무엇) 원하는 것(새로운 가치)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