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길게 쓴다는 오해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대한 주요 오해 중 하나는 글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을 풀어 쓰는 편이라서 긴 글을 쓸 때가 많다. 난 막연하게 내 글은 글씨가 크고 줄 사이가 넓어서 실제 양보다 더 긴 글로 느껴진다 생각해왔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길까, 궁금해서 요즘 쓴 글 몇 개를 되짚어 봤다.

글에 따라 다르지만 난 글 하나에 낱말을 400개 정도 쓴다. 띄어쓰기로 낱말이 세기 때문에 200자 원고지로 약 4~5장, A4 용지로는 한 장 이하쯤 되는 셈이다. 신문같은 언론 매체로 치면 기획 기사처럼 긴 호흡으로 읽는 기사가 아닌 짧은 기사 하나 보다 조금 짧은 정도이다.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인터넷 매체(주로 포털 서비스)에 있는 기사 주소를 띡 던져주면 끝까지 읽지 않고 1 / 3 에서 반 정도만 읽는 걸 감안했을 때,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는 양보다 조금 더 긴 셈이다.

물론, 이런 글들은 주로 이곳, 한날의 낙서에 있고, 한날은 생각한다처럼 작정하고 길게 쓰는 글은 낱말을 1,000개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 상당 수는 “한날의 낙서”에 있는 글들도 길다고 글 앞에 있는 한 두 단락만 읽는다.

원인은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이 맞았다. 사람들은 글 분량을 실제 분량으로 인지하기 보다는 심리상 느낌으로 인지한다.

우선, 글씨가 빽빽한 덩어리가 커보이면 긴 글이라 여긴다. 난 되도록 뜻 단위로 단락을 쪼개기 때문에 단락 하나 크기가 좀 크다. 또 글씨도 크고 문장 사이도 넓다. 종이에 쓰여 있는 글은 여백이 너무 많을 경우 공간감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데다 글을 읽는 호흡을 자주 끊어 집중을 방해하지만, 모니터에서는 그 반대이다. 책 쓰듯이 단락을 구성하면 글씨를 읽기 힘들어 눈이 아프다. 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광택지에 글씨를 네모 틀에 맞춰 빼곡히 쓰면(양쪽 정렬) 눈이 쉬이 피곤해진다.

긴 글은 눈이 문장을 쫓아 눈길을 잃지 않게 하게 하려고 왼쪽 정렬을 하고, 짧은 글은 한 호흡에 빠르게 읽도록 단락 단위로 인지하게 하려고 양쪽 정렬을 했다. 그래서 짧은 글을 주로 쓰는 이곳은 문장을 양쪽정렬(왼쪽과 오른쪽이 반듯하게 맞게 정렬됨, css 에서는 text-align: justify; 로 함)을 하지만, 긴 글을 주로 쓰는 “한날은 생각한다”에선 왼쪽 정렬(왼쪽을 중심으로 반듯하게 맞춤, css 에서는 text-align: left; 로 함)을 하고 있다.

근데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인터페이스만으로 글 읽는 호흡감을 이끌어 내기엔 내 글이 지루한가보다. 아니면 내 글은 감당 못하게 길다고 깊은 오해를 널리 받고 있거나. 읽지 않으면 못참을 정도로 깊고 맛있는 글을 쓰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니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꼼수를 많이 부려야 할텐데, 그렇다고 개행이나 여백을 남발하면 글이 위 아래로 너무 길어지고. 어쩌지?

덧쓰기 : 참고로 이 글은 이 덧쓴 부분을 뺐을 때, 낱말을 400개도 안썼다. 어지간한 기사 분량보다 조금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