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고 싶은가?
13 Sep 20088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오던 난 2007년 7월 태터앤컴퍼니로(이하 TNC) 전직을 했다. 인터넷 업계로 전직하는 것이었으므로 많이 고민을 했지만, 평소 좋아하던(?) 체스터님을 믿고, 그리고 강한 사람들이 바글거린다는 TNC 였기에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를 냈다.
어제 TNC 가 구글에 인수되었다는 공지가 떴다. 실은 난 TNC 를 대표하는 상징성 있는 얘기거리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 난 오직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TNC에 입사하였고 줄곧 그것에만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태터툴즈, 티스토리, 텍스트큐브, 그리고 이제는 독립해있는 태터앤미디어와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 그렇기에 (TNC 구성원이었기에 마땅히 익히 알고 있었던) 이번 인수 소식은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움이나 기대감 보다는 “잘 모르겠다”가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이 글을 연 것은 이번 인수가 계기였지만 글에서는 더 이상 이번 인수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 없다. 비밀 유지 때문에라도 할 말이 없기도 하지만, 딱히 말을 할 생각거리가 없다.
어쨌든 각설하고.
첫 발을 잘 디뎌야 한다. 훌륭하고 좋은 회사가 많긴 하지만, TNC는 내게 각별한 인연과 애정이 가는 좋은 회사이다. 8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오던 사람이 1년여 만에 인터넷쪽에 (여전히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능력을 키우고 일을 할 수 있는 건 TNC 라는 조직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을 한다. 물론, 내가 다른 인터넷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내 빠른 성장을 인정 하는 걸 보면 분명 남다른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가차없이 칼질 당하는 압박형 조직이라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 바로 사람 때문이다. 여러 조직을 겪어봤지만, 이곳처럼 강한 사람 비율이 높은 곳은 본 적이 없다. qwer999님 말씀대로 이 사람들은 강하다는 표현 밖에는 달리 표현거리가 없다. 난 강하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는 안되더라도 만만치 않다거나 좀 특이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TNC에서는 평범하고 살아남기 바쁜 보통 사람이었달까? 욕심 많은 나로서는 이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에 힘을 얻는다.
- 강하고 똑똑하면서 누구보다 눈과 귀가 활짝 열린 체스터님.
- 갓 배달 온 것처럼 늘 깨끗한 책상을 유지하고 그 책상처럼 깔끔한 총괄을 하시는 슈퍼맨 CK님. (참고 : 여자 사진 주소를 연결한 이유)
- 내공 듬뿍 담긴 원기옥 장풍 같은 강렬하고 진한 썩소(?)로 좌중을 압도하는 파파차님.
- 주 분야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오덕/긱인 겐도사마(~사마 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 피가 되고 땀(?)이 되는 삶의 교훈을 노래하듯 높은 목소리로 전파하시는 meba님.
- 구글에 비둘기가 있다면 TNC엔 그가 있다, lunamoth. ( 루나머스?query=검색어 이용 안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 우리가 함께 호흡 맞출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들게 하는 bklove님.
- 자본 잠식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최고의 사채업자였던 김보금융 대표, kimbo님.
- 주님의 말씀대로 이 세상에서
여자에게사랑을 실천하는 blackdew 님. - 사실상 얘기거리 별 거 없는 작은(?) 회사인데, 신기할 정도로 거의 매일 TNC가 언론에 등장하게 만드는 마에스트로, 꼬날님. (*날 남매(꼬날, 한날) 중 누님)
- 시간이 조금 부족해서 프리젠테이션 젠 같은 책을 가르 레이놀즈에게 선수 빼앗긴, 프리젠테이션용 짤방 수집 대가, 맥퓨처님.
- 끝내 합주 한 번 못해봤지만 어쨌든 TNC 최고의 기타리스트, 징징님. 그는 기타로 말을 해도 사람들을 매우 웃길 것이다.
- 우리가 지구인이었다면 그는 우주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개성덩어리, 미유님님.
- 알게 모르게 어른이인 나와 투닥 투닥거렸던 려성, 단내초딩님.
- ego + ing 라는 필명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베이시스트(목소리), egoing님. 그가 유치원 강사가 됐다면 아마도 우리는 초등학교 방학이 마냥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 출산 티켓으로 내 머리 속에 강하게 남으신 리체님. “리체”라는 사람을 인지할 때부터 가장 마지막 모습까지 임신한 모습 뿐이었다. (출산 후 뵌 적이 없으니까^^)
- 길게 나눈 첫 대화가 야구 동영상 얘기였던 정본좌. 미워할 수 없는 남자.
- 정본좌는 간혹 “사모님”이라고 놀리곤 했지만, 실은 TNC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까칠하지만 깐깐한 파이님.
-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동글한 머리와 좁은 어깨를 가진, 사랑스러운 여성, 슈테른님. (아, 이 문장은 왠지 좀 위험하다...)
- 개인/블로그 미디어계의 젊고 유망한 청년, 한영님. (후다닥)
- 엽기를 넘어서 괴기에 가까워지는 개성 만점, 엽기민원님.
- 조인성 보다 커피 광고에 더 어울리는 근육남, 슈마허님.
- 밥 먹을 때를 빼면 도무지 그림자 조차 보기 힘든 유령 같은 재선님
- 그나마 TNC에서 가장 대중성 있는 개성을 가진 미청년, qwer999님
좀처럼 사람 기억 못하는 내가 쉬지 않고 한 명 한 명에 대해 얘기 할 수 있을만큼 강하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9 탑빌딩 2층을 가득 메웠던 TNC였다. 이제는 사람에 따라 TNM이나 구글 등으로 예전보다는 좀 더 떨어지게 됐지만, 이 사람들이라면 어디에서든 멋진 모습을 아낌없이 뽐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들은 강하다. (나 서태웅 할래...)
덧쓰기 : 이번에 있었던 TNC와 구글 인수 관련 이야기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