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첫날에 지난 365일과 새 365일 바라보기

2007년 결산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2008년 결산이라고 글머리를 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매일 매일 게을러져 2006년 때처럼 글 꾸러미 뒤지며 일일이 통계 뽑는 걸 또 포기했다. 아무렴 365번이나 거듭해서 게을러졌는데 그 정도는 가뿐히 제껴야지. 으쓱 으쓱.

2009년은 새로운 각오가 든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벗어나 회사라는 사회에 제대로 발을 들인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나는 과연 얼마나 변했던가. 10년 전과 비교하면 몸무게는 5~7kg가 빠졌고 살갗도 거칠어졌으며, 아랫배는 수제비용 밀가루 반죽 20인분만 하다. 겉 뿐 아니라 속도 많이 변했다. 변치 않은 건 얕음 뿐. 삽으로 열심히 파서 깊이를 다지려는 것이 10주년 각오이다.

계획했던 일을 반 정도 이루다

2008년을 맞이하며 몇 가지 계획한 일이 있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제대로 이룬 건 별로 없지만, 그래도 2008년은 좀 달랐다. 조금 후하게 쳐서 반 정도 이뤘으니 말이다.

먼저 매시업 서비스. 네 개 정도를 계획했는데 그 중에서 두 개를 만들어서 운영했거나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바깥 사유로 사실상 닫혔고, 하나는 쓸모가 별로 없어서 안 쓰이고 있다. 그래도 혼자 깨작거리며 노는 것과 몇 명이든 몇 백명이든 누군가 와서 쓰는 건 사뭇 달라서, 2008년 경험을 계기로 더 이상은 매시업 서비스를 장난감이라고 말하기가 좀 힘들었다.

두 번째는 방 보증금 올리기. 지난 12월에 이사를 했는데 보증금을 1,000만원까지 올렸다. 보증금은 오르고 방 넓이는 줄었지만 월세가 줄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목표만큼 보증금을 올려서 기분은 좋다. 2009년엔 보증금으로 삼을 돈을 꽤 크게 잡고 있는데 잘 될까.

또 하나는, 일정 수첩 쓰는 걸 습관으로 굳힌 것이다. 원래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제대로 다루는 것이었는데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이건 못했고, 대신 작은 수첩은 손에 익혔다. 이 수첩은 프랭클린 플래너와 비교하자면 CEO형 크기쯤 되는데, 2009년부터는 원래 갖고 있던 가장 큰 크기(클래식형)를 다시 쓰려 한다. 그동안 머리로 할 일이나 적바림 할 것을 기억하다보니 놓치는 게 많았는데, 수첩이 손에 익다보니 많이 나아졌다.

한 발자국 내딛다

2008년은 작정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려 했다. 욕심이 많아서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방향을 잡는 데엔 힘이 되고 있다.

봄부터 공부 모임에 나갔다. 공부 모임(Study group)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했지만, 약 여덟 달 동안 꽤 성실히 나갔다. 2009년부터는 당분간 벌인 일 몇 개를 마쳐야해서 잠시 쉬기로 했다. 모르는 것도 많이 배우고, 이미 알던 거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이는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어서 자극을 무척 받았다.

약 석달 동안 진행하고 완결지은 django 웹 프로그래밍 강좌도 아주 큰 공부였다. 강좌를 쓰면서 무척 많은 걸 익히고 깨달았다. 좋은 인연도 많이 생겼다. 여름 주말 대부분을 이 강좌르 쓰며 보냈다. 아마 2009년 초 겨울도 비슷한 일을 하며 보낼 것 같긴 하다.

8월에 1년 여 시간을 보낸 TNC에서 나오고 나서 입산수도라는 간판을 걸고 공부를 했다. 계획 중 70% 정도 달성했는데, 요즘처럼 바쁜 때엔 그때 좀 더 열심히 해서 80~90%까지라도 달성했으면 지금 훨씬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이런 마음이 든다는 얘기는 70% 달성이라도 공부한 효과를 본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한날 2.0까지는 아니더라도 2.0으로 가기 위한 그 중간 단계, 예를 들면 1.7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새로운 도전

2009년부터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여전히 인터넷 업계쪽과 관련되어 있긴 한데, 그렇다고 완전히 인터넷 업계도 아니다. 게임 업계에서 인터넷 업계로, 이제는 인터넷 업계에서 지도 업계로 왔다. 하하.

주변 사람들에게 지도 업계로 왔다고 하면 얼른 못알아 듣는다. 아예 날 모르는 사람이야 종이로 된 지도 만드는 일을 하나보다 생각을 할텐데, 날 아는 사람은 내가 지도 만드는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다보니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인가 갸우뚱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Virtual Earth나 구글의 Google Earth 같은 걸 만드는 것이다. 위치니 공간이니, 3D 니 뭐니 얘기해봐야 더 복잡해지니 속 편하게 지도 만든다고 하는 것이다.

인터넷 업계로 전직했던 것만큼 이번 일도 내겐 큰 도전이다. 공부할 것도 많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기술 중 다른 것과 비교해서 유독 취약한 부분이 3D인데 앞으로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또한, 측량, 항측같은 현실 복제를 비롯해서 가상 현실, 모바일 등 다양한 부분을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개념 이해만으로는 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2009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무지 애쓰며 살 것이다. 2008년엔 나 나름대로 바깥 활동을 했는데, 2009년은 다시 잠수할 것 같다.

인연

늘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만 2008년은 또 새롭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해와는 달리 또래 인연이 많았다. 제닉스와는 2007년보다 더 친해졌고, 험블은 새로이 친구 인연을 맺었다. 백일몽 형도 더 가까워졌고, rath 형과는 둘이서 나누는 대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BKLove님이나 유노님은 예전에 회사에서 나누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더 다정다감 해졌다고 생각한다.

꼭 또래가 아니더라도 예상이나 생각도 못한 소중한 인연도 많다. 예상이나 생각도 못한 것은 어떤 모임에 나가서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는 것이 아니라, 일 대 일로 어느 한 쪽이 인연을 맺으려 했거나 소개 도움을 받아 맺은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민노씨나 스파이크님을 들 수 있다. 온라인에선 필명이나마 막연히 알던 사이였지만, 얼굴을 맞대고 도란 도란 얘기 나누며 친분을 쌓을 줄 생각이나 했던가.

2009년엔 다소 움직임을 줄일 생각이라 2008년만큼 인연을 맺거나 돈독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뭐, 아무렴 어때. 지금 사람들만 해도 참 좋은데.

어떻게 새 365일을 보낼까

며칠 전에 2009년을 어떻게 보낼지 간략하게 계획했다. 이참에 계획만 짰지 실천하지 않을까봐 억지스럽게 의지를 내게 할 때 쓰는 수법을 또 써야겠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 떠벌여서 스스로에게 숙제내기 말이다.

첫째. 매 분기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30분씩 앞당기려 한다. 그래서 2009년 4분기부터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려 한다. 아침 시간엔 집중을 해야 하는 공부나 생각거리를 해치우려 한다.

둘째. 모임에 놀러 나갈 경우, 사람이 많은 곳엔 나가지 않고 세 명 이하인 모임에만 나가려 한다. 수줍음에 얼굴만 팔다 들어오는 시간 낭비는 이제 하지 말고, 능동성 있게 대화에 참여하고 이끌어 나가려 한다.

셋째. 수학과 논리학, 영어, 일어를 중심으로 내게 부족한 기초 학문을 닦으려 한다. 단순히 공부하자, 목표만 있는 건 아니다. 수학은 고등학교 교과서 한 권을 마치고, 영어는 토익이나 토플 같은 자격증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일어는 독해부터, 논리학은 기본서부터 차근 차근 하는 것이다.

넷째. 자원을 더 아낄 것이다. 자원은 유한하다. 내가 어떤 자원을 낭비하면 누군가는 그 자원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자본 체제에서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의 자원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음식물은 먹을만큼만 떠서 남기지 말고, 겨울철에도 옷 하나 더 껴입어서 난방 온도를 낮추며, 게으르거나 별 생각이 없어서 나가는 돈을 단속하여 기부에 쓸 것이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 아끼려 한다.

다섯째. 책 두 권을 쓰려 한다. 하나는 기획 중이며 1분기 안에 내는 것이 목표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주제를 정하진 않았으며 3분기 안에 내려 한다. 2009년을 시작으로 하여, 앞으로 1~2년에 한 권씩 책을 낼 생각이다. 책 쓰는 것 말고도 인터넷에 연재할 강좌 주제도 준비하고 있다.

여섯째. 새 블로그를 열거나 기존 블로그를 새 단장 할 것이다. 새 블로그 주제는 이미 정했으며 지금은 재료를 준비하고 있다. 새 단장은 여행 블로그를 다듬는 것이다. 과연 블로그 네 곳을 제대로 관리할지 모르겠다. 한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는 팀블로그도 신경 써야 하는데. (올해에도 도망 다니면 민노씨가 버럭! 할 것 같다^^)

일곱째. 나 자신을 비롯해서 내 주변 사람이 나를 당당하게 여기고 믿을 수 있으며, 이름같은 껍데기가 아닌 “”라는 사람이 가진 본질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한 해에 결과를 내긴 매우 어렵지만, 결과를 거두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노력을 인정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더 쓰면 공공에 기대어 스스로에게 숙제를 내주는 모습이 아니라 공공에 사기를 치는 꼴이 될 것 같아 이 정도로 줄여본다. 2008년은 2007년에 계획했던 일 중 반 정도 이뤘으니 2009년은 반 중 반을 더 이뤄서 70~80%를 달성하고 싶다.

해낼 수 있도록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를 응원해본다. 그리고, 나와는 다른 목표로 새로운 365일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도 응원해본다.

아자 아자 지화자!